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등 쟁점 법안의 연내 본회의 처리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이들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전략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깍두기 임시국회’ 전략으로 맞서면서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2~3일 단위로 쪼개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간을 최소화하고 새 임시국회 본회의가 개의되면 필리버스터 안건을 바로 표결에 부쳐 처리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25일까지이고 다음 임시국회는 민주당이 26일 소집을 요청해둔 상태다. 민주당은 26일 본회의가 새롭게 열리면 먼저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국회법 상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함께 종료되고 해당 안건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지체 없이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예상하는 향후 의사일정 시나리오는 이렇다. 26일 본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법이 상정되면 한국당 신청으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28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도 종료된다. 이후 30일 새롭게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공수처 설치법이 표결 처리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상정과 함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다시 시작된다.
이렇게 ‘A법안 상정→한국당 필리버스터→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A법안 표결처리 후 B법안 상정→한국당 필리버스터→다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B법안 표결처리’ 절차가 몇차례 반복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다음 임시국회 회기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후속 법안 표결 처리 날짜가 갈리는데, 민주당 안팎에선 대체로 26일 선거제 개편안, 30일 공수처 설치법, 내년 1월 2일 검찰 관련 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1월 6일 또다른 검찰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쪼개기 임시국회’ 회기가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법안 처리 일정도 그만큼 순차적으로 앞당겨지게 된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임시국회 회기 전략과 관련해 “저희가 힘든 게 아니라 국회의장이 힘들다. 다음부터 회기를 조금 짧게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예산부수법안도 민주당이 안고 있는 숙제다. 예산부수법안 26건 중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4건, 23일 본회의에서 2건이 처리됐을 뿐 아직 20건이 남아있다. 예산 세입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부수법안은 통상 예산안에 앞서 처리되지만 올해는 예산안 통과 이후 아직 6건 밖에 의결되지 못한 상태다. 계류 중인 20건 가운데는 내년 초부터 집행돼야 하는 2조1000억원 규모의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사업 예산과 2조 6000억원 규모의 공익형 직불금 예산 집행을 위한 예산부수법안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예산부수법안 중에 시행일자가 내년 1월 1일로 돼 있는 세법 등이 있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 집행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26일 열리는 새 임시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먼저 가결처리한 뒤 남은 예산부수법안 처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