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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석달째 … 외국인 매도 장기화 … 해외 한국투자 펀드도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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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집 나간 외국인이 되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3개월 전부터 국내 증시에서 '팔자'공세를 펴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5일 거래소 시장에서 11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4월 25일부터 이날까지 거래소 및 코스닥 시장에서 팔아치운 금액만 9조4300억원에 달한다. 2000년 대우차 사태(5개월간 5조5200억원), 2004년 차이나쇼크(3개월간 2조8700억원) 때의 순매도 규모를 훨씬 웃돈다. 이때문에 최근 외국인 매도세의 성격을 단기 차익 실현이 아닌 중장기 자금의 이탈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컴백 당분간 어려울 듯=4월 25일 이후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전기전자.철강금속.운수장비.금융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에 집중됐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를 2조5000억원 넘게 내다판 것을 비롯해 포스코(1조500억원), 현대차(7000억원) 등을 많이 팔았다. 우리나라 대표 업종과 종목에 매도세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외국인이 올해 '팔자'에 나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증시가 많이 오르면서 해외 투자기관들의 자산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비중 조절 차원에서 매물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발생해 중장기 자금마저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5월 1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두달여 동안 한국 관련 뮤추얼 펀드에서도 120억7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긴축 우려로 투자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중립' 이하의 투자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매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으로 주도권 넘어오는 과정=중동지역 분쟁 등으로 세계 증시에 불안이 확산된데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4년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것도 자금 이탈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셀 코리아'를 부추기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정의석 부장은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매도압력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IT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분명해져야 외국인이 본격 '사자'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증시 조정이 세계적인 긴축 움직임 속에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일뿐 외국인의 매도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랜드마크자산운용 최홍 사장은 "그동안 시가총액 600조원이 넘는 거래소 시장의 40%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비정상"이라며 "주식형 펀드 자금을 기반으로 국내 기관이 외국인에게서 주도권을 넘겨받는 과정이 진행중"이라고 평가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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