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쇼 특급…』 건전 쇼프로그림 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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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TV 쇼프로그램이 대부분 상업주의에 매달려 일부 인기 대중가요만을 반복해 방송하는 가운데 지난 주말인 30일 KBS-1TV의 『쇼 특급-가을콘서트』는 상업성에 예술성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쇼 특급』은 「클래식과 가요의 만남」이라는 기획프로그램으로 성악가인 박인수씨(테너)와 대중가수인 이동원씨의 합동무대를 마련, 초가을의 계절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다양하게 들려주었다.
기존의 가요 쇼 프로그램은 KBS-2TV의 『젊음의 행진』, MBC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같이 주로 10대 청소년들을 상대로 하거나, 또는 KBS-lTV의 『가요무대』, MBC의 『밤의 가요 쇼』와 같이 장년·노년층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양분돼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주 시청 대상층을 겨냥해 정해진 가수, 정해진 인기가요만을 반복 방송함으로써 쇼로서의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잃고 있다.
특히 청소년층을 상대로 한 가요 쇼는 현란하고 자극적인 음악, 어지러운 조명·안무, 광적인 환호와 괴성 등으로 상업주의 방송의 저급성과 해악성을 노출해 왔다.
반면 상업성과 거리가 먼 가곡의 경우 KBS-2TV 『정다운 가곡』에서 매일 아침 8시35분에 한 곡씩 방송하는 외에는 정규편성이 없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쇼 특급』은 저급하지 않은 대중가요와 부담스럽지 않은 가곡을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쇼프로그램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연령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시청자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오락프로그램인 쇼에서 가요를 들려주는 것은 필요하나 일부 극성스런 10대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나머지 대다수의 외면을 받아서는 안 된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건전한 방향으로 새로운 취향과 욕구를 만들어가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클래식만을 연주하던 오키스트라가 팝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듯이 대중가요만을 방송해온 쇼프로그램에서 성악가의 목소리를 통해 가곡이나 가요를 들려주고 대중가수가 가곡을 부르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예술음악을 보편화하고 대중음악을 고급화해 시청자들이 보다 폭넓은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중매체로서 방송의 기능일 것이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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