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힘드셨죠 가셔서 재충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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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요 산업의 생산 라인이 이번 주말 일제히 멈춘다.

업계에 따르면 조선.중공업.자동차.철강 등 중공업 분야 주요 업체들이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단체 휴가에 들어간다. 정식 휴가는 31일~다음달 4일이지만,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실질적인 휴가 일수는 9일이 되는 셈이다. 이들 업체는 공정상 라인 한 부분이 멈추면 다른 라인도 가동할 수 없어 8월 초 집단 휴가를 가는 것이 관례가 돼왔다. 이들 업체들이 생산을 멈춤에 따라 울산.창원 등 국내 남동해안에 걸친 수천여 곳의 협력업체들도 일제히 기계를 세운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STX조선 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29일 휴가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28일이 노조 창립일이라 이날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가 다음달 6일까지 열흘 동안 쉰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뜨거운 열과 씨름해야 하는 용접 및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계 특성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차라리 쉬는 게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 역시 같은 기간 공장을 세운다. 특히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이들 협력사들이 일제히 휴가를 감에 따라 울산의 식당.술집.병원 등 지역 상가 대부분도 문을 닫을 것으로 보여 다음 주 울산은 '빈 도시'가 될 전망이다. 울산 시민 110만 명의 절반이 넘는 60만 명 가량이 일손을 놓는 것이다. 두산중공업 등이 있는 경남 창원 일대도 울산과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를 이용하는 철강업체들도 일정 기간 전기로를 끄고 단체 휴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고로(용광로)를 한 순간도 끌 수 없는 포스코는 직원들이 조를 짜서 순차적으로 휴가를 간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중공업체를 중심으로 전력설비 500㎾ 이상의 대형 사업장 2000여 곳이 다음 주 공장 가동을 중단해 250만㎾ 내외의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24시간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정유.화학업종과 반도체.LCD 등의 전자업종은 단체 휴가 대신 직원 개개인의 사정에 맞춰 순차 휴가를 간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중공업 근로자들은 올 여름 열흘 가까운 휴가와 함께 푸짐한 보너스를 받게 된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호조를 보여 휴가비도 두둑해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전직원이 50만원의 휴가비를 받는다. 당초 30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최근 임금협상에서 50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도 거제조선소 직원들에게 50만원을 일괄 지급한다. 이밖에 두산인프라코어는 50만원, 두산중공업과 STX조선은 각각 30만~40만원 가량을 줄 계획이다.

휴양지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경북 경주 관성해수욕장에 몽골텐트.샤워장.주차장 등을 갖춘 하계 휴양지를 마련했다. 현대중공업도 하서리 하계휴양소에 공연 무대와 대형 텐트(5개 동) 및 그늘막 텐트(4개 동)를 설치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거제 조선소 인근 해수욕장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현상.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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