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대신 열로 감지한다···스텔스기도 잡아내는 신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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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F-35A. 자료사진 [뉴스1]

한국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F-35A. 자료사진 [뉴스1]

물질에 반사되는 빛이 아닌 흡수되는 빛을 이용한 감지법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3일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프랑수아 암블라흐 연구위원이 온도 변화에 따른 복사광선을 이용한 탐지 기술을 발명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통해 적외선ㆍ음향 탐지기로는 탐지하지 못했던 스텔스기를 잡아내거나, 자율주행차 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레이더 인식의 불안전함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자율주행차는 소리나 빛을 목표물에 던지고 반사되어 돌아온 것을 파악해 물체가 ‘있다’, ‘없다’를 판단한다. 흰색 트럭을 하늘로 인식하거나, 빛 흡수율이 높은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는 모두 레이더가 ‘반사되는 빛’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스텔스기의 경우 이 마저도 불가능하다. 이 원리는 물체가 충분한 에너지를 반사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스텔스기가 에너지를 반사하는 대신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물체에 흡수된 에너지가 열로 변환되어 온도가 올라간다.

두 개의 목표물이 조준된 빔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그 다음 두 물체에서 빛이 복사되어 나온다. (왼쪽) 위치에 따른 광자 수 그래프. 파란색 실선은 물체에 쏜 빔, 파란색 점선은 반사되어 나오는 빛, 빨간색 실선은 복사로 발생하는 빛을 나타낸다.(오른쪽) [자료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두 개의 목표물이 조준된 빔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그 다음 두 물체에서 빛이 복사되어 나온다. (왼쪽) 위치에 따른 광자 수 그래프. 파란색 실선은 물체에 쏜 빔, 파란색 점선은 반사되어 나오는 빛, 빨간색 실선은 복사로 발생하는 빛을 나타낸다.(오른쪽) [자료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번 연구는 바로 온도 증가로 물체를 감지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73도℃ 이상의 모든 물체는 원자들이 가진 열을 빛 형태로 방출하는 ‘복사’(radiation)의 원리를 이용했다. 이 복사를 읽으면 반사가 없는 물체도 감지할 수 있다는 원리다. 연구진은 온도변화에 따라 복사량이 크게 달라짐에 주목했다.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경우 빔을 쏘는 강도에 비례하지만, 복사로 방출되는 빛의 세기는 온도에 따라 빠르게 증가한다. 짧은 시간동안 나타나는 온도 상승을 포착해 복사광선 감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좁은 영역에 빔을 비추어 복사광선을 감지하면 반사를 이용했을 때는 달성하지 못했던 높은 해상도를 달성할 수 있다. 빔을 물체에 비출 때 중심 부분이 더 데워져, 복사가 빔 지름보다 작은 중심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까운 두 점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논문의 제 1저자인 기욤 카시아니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 자동차 레이더, 스텔스 물체의 중거리ㆍ장거리 감지 등의 분야에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나노미터에서부터 비행기와 같은 큰 물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체와 다양한 상황에서 선명도의 크기를 이론적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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