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모터스포츠월드] 인구 5만 도시에 12만 명이 모이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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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농촌 마을 이몰라. 척박한 이곳은 외딴 마을이었다. 그러나 이몰라는 1980년 포뮬러원(F1)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면서 활기를 띠었다.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동차경주를 보기 위해 이몰라를 찾았다. 경주가 열리는 4월 말이 되면 이몰라는 들썩거린다. 올해에도 시 인구 5만 명의 두 배가 넘는 12만 명의 관광객들이 도시를 찾았다. 볼로냐 등 인근 도시까지 호텔은 초만원이고 특별열차가 쉴새 없이 다녔다. 이몰라시는 이에 힘입어 와인산지를 개발했으며 와인투어, 농촌 체험관광 상품 등을 적극 개발해 도시의 수입원을 다각화했다. 깊은 맛이 강한 이몰라 와인은 전세계 포도주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것이 바로 F1이다. 전 세계 17개국을 순회하며 경기를 치르는 F1은 경기당 평균 20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연간 128개국 60억 명이 생중계를 시청한다. 1991년 독일이 통일된 뒤 낙후된 동독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헬무트 콜 총리는 드레스덴 인근에 있는 유로스피드웨이 경주장을 현대식으로 개축했다.

말레이시아는 99년부터 국제대회를 유치해오고 있다. 매년 5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대회를 관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다. 중국도 상하이에 20만 석 규모의 대형 경주장을 만들어 2004년부터 F1 경주를 열고 있다. 첫 해 입장수입만 400억원을 거둬들였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모두 개최했으면서도 F1을 개최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세계 10대 자동차생산국 중에서 F1을 열지 않은 나라 역시 대한민국뿐이다.

이승우 모터스포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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