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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겨울…불편은 없어도 허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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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24, 25일 일부 지역에 강수가 있겠지만,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산간을 제외하면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다. 사실 남부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중부지방인 서울에도 최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기 어렵다. 크리스마스 때만 아니라 겨울철 눈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보면, 1981~2010년 겨울철(12월~이듬해 2월) 서울에는 눈이 평균 25.1㎝ 쌓였다. 매일 새로 내린 눈, 즉 일최심신적설(日最深新積雪)을 직접 더해본 결과다. 이 값이 2011~2018년에는 평균 22.4㎝로 줄었고, 최근 5년 동안에는 17.3㎝에 불과했다. 반면, 겨울 강수량은 1981~2010년 평균 67.4㎜, 2011~2018년 70.8㎜, 최근 5년 66㎜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전체 강수량은 변함없는데 눈이 준 것은 기온 탓이 크다. 기온이 높으면 눈이 아닌 비로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온 1도 차이로 눈이 비가 되고, 비가 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나 도시 열섬 현상으로 기온이 오르면 눈이 덜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웠던 겨울엔 눈도 많이 내렸다. 1981~2010년 서울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영하 0.5도인데, 평균 영하 2.5도로 크게 낮았던  2017년 겨울에는 적설이 23.8㎝로 다른 해보다 많았다. 또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2.9도였던 2012년엔 53.7㎝나 됐다.

겨울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내리는 눈은 차가운 북서 계절풍이 서해를 지나면서 만들어진 눈구름 때문이다. 눈구름이 황해도에 미리 눈을 뿌리는 탓에 서울에는 상대적으로 눈이 덜 내린다. 서울에 하루 10㎝ 이상 폭설이 내린 것도 2010년 1월 4일 25.8㎝가 마지막이다. 이번 겨울 들어 서울엔 눈발이 몇 차례 날렸을 뿐이고, 적설 기록은 아직 0㎝다.

대도시에 내리는 눈은 불편을 초래한다. 하지만 눈 없는 겨울은 허전하다. 온난화로 서울이 남해안처럼 아열대 지역이 되면 아예 눈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