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3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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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버스킹!

버스킹!

“들어봐, 얘네가 록이라지만, 케이팝이 더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케이팝을 견딜 수 있다면 얘네도 견딜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얘네는 사운드에 여백이 있잖아. 케이팝이 얼마나 음표로 꽉 찬 음악인데.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빡빡한 음악일 거야.” … 살아서 에덴의 동산에 입장하려면 최면이 길을 터주고 환각이 이끌어줘야 한다. 아이언 버터플라이는 1971년에 해체된다. 전위는 생명이 짧다.  백민석 『버스킹!』

록의 시대는 갔다고? 항간에 떠도는 이 ‘불온한’ 말에 작가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올드 록과 재즈의 광팬인 작가가 음악 소설을 내놓았다. 전설적 음악가 16명을 테마로 짧은 소설을 쓰고, 음악 에세이와 이탈리아 여행 중 만난 버스커 사진을 곁들였다. 위 문장은 1980년대 헤비메탈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 ‘아이언 버터플라이’를 소재로 쓴 ‘몽롱세계’에서 따왔다. 똑같이 듣는 이를 중독시키고 몰입시키지만 하드 록과 케이팝 사이, 작가가 느끼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선명히 드러나는 문장이다.

“음악에든 미술에든 문학에든, 어째서 이처럼 좋은 작품이 널리 사랑받지 못하고 잊히고 말았는지 이해되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작품을 알고 있고 사랑하는 팬은 그 때문에 속앓이를 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만큼 다른 이들이 사랑해주지 않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지금의 나처럼 글까지 써서 알리려고 한다.” 작가가 책을 쓴 이유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