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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향한 폭로 1년…다시 보는 조국과 김태우의 입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태우 전 수사관. [연합뉴스·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태우 전 수사관. [연합뉴스·뉴시스]

“청와대, 민간인 사찰” vs “그런 DNA 없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김모 수사관’은 “친여 고위 인사에 대한 민감한 첩보를 작성했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폭로했다.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감찰보고서를 작성했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넘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됐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그가 러시아 대사에 임명됐다는 것이다.
다음날 청와대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이름을 공개하며 “이 첩보 때문에 1년이 지나 갑자기 검찰로 돌려보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후 폭로와 반박, 고발과 맞고발이 이어졌다. 김 전 수사관은 “우윤근 건은 예시일 뿐”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고,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맞섰다. 1년 후 김 전 수사관이 폭로했던 의혹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며 그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국, 직무유기에 직권남용까지” vs “맞으며 가겠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2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2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은 크게 ▶민간인 사찰 의혹 ▶정치인 사찰 의혹 ▶직권 남용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는 특감반 시절 윗선이 코리아나 호텔 사장 동향 등 민간인 관련 첩보 16건을 수집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여권 인사의 첩보를 보고받고도 수사 의뢰 등 조치하지 않았다며 비위 첩보 묵살 의혹을 제기했다.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텔레그램 단체방에 드루킹이 제출한 USB 내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폭로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다”며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는 김 전 수사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김 전 수사관이 자신의 비위 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통해 비위의 실체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김 전 수사관은 해임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에서 유재수로…달라진 분위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의혹 중 가장 먼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진 것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었다. 검찰은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이전 정권이 임명한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친정부 성향 인사를 후임자로 임명하려 한 혐의로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조 전 장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 대한 민간인 사찰,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의혹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검찰이 처분을 미룬 사건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유재수 사건이다. 김 전 수사관은 올해 초 “청와대 감찰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가 확인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감찰이 중단됐다”고 폭로했다. 감찰 중단 지시를 내린 이로는 조 전 장관이 지목됐다. 법조계는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알고도 감찰을 중단했다면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때는 박 전 비서관에 대해 서면 조사만 진행했고, 조 전 장관은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이어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감찰 무마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청와대 인사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튜버가 된 공무원 vs 교수로 돌아간 장관

김 전 수사관은 이후 공익제보센터를 설립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는  ‘김태우 TV’에서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니 더 당당할 수 있다는 게 김 전 수사관 측근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이뤄진 대통령 비서실 압수수색 이후 청와대가 “비위 혐의자의 진술에 의존한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한다”고 발표하자 “승부욕 발동시킨다. 양심선언 한 번 더 할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서울대 로스쿨로 돌아갔다. 최근 강의 개설도 신청했다.
한편 서울대는 조 전 장관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본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피의자 신분이 된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가족 사모펀드 의혹 관련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았다. 서울동부지검에서는 16일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았다.

구독자 50만명 넘는 유튜버가 된 전직 수사관과 교수로 돌아가 검찰 조사를 받는 조 전 장관의 입에 또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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