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산하기관, “北 다탄두 ICBM 개발 가능성” 첫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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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북한의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부의 군 관련 기관이 북한 ICBM의 다탄두화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 화성-15형.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 화성-15형.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KIDA는 지난 13일 발행한 ‘2020 국방정책 환경 전망 및 과제’ 보고서에서 “북한의 국방ㆍ군사정책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과에 따라 큰 폭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시 북한 당국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다탄두 ICBM 개발 등을 위한 노력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경우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대미 보복 능력을 꾸준히 증강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보고서는 “대미 공격수단을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지고 추가 제재가 도입될 수 있다”며 “따라서 2019년 10월에 선보였던 신형 잠수함과 북극성-3형의 개발에 매진하거나 인공위성 시험발사 방식으로 장거리 로켓 실험을 실시하는 동향을 우선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다면, 북한은 제한된 수준의 핵무력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남북한 간의 군비통제 조치 심화를 추진해갈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북한이 개발·보유 중인 탄도미사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개발·보유 중인 탄도미사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KIDA가 이번에 내놓은 북한의 ICBM 다탄두화 관측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ICBM급 '화성-15형'의 탄두부가 둥글고 뭉툭하게 제작된 것을 근거로 다탄두화 가능성이 제기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 KIDA 등 군 관련 기관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군 당국자는 “그만큼 북한이 강경노선 걸을 가능성이 커져 여느 때보다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진행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시험이 다탄두 ICBM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단 추진체에 여러 개의 엔진을 다발로 묶어 큰 추력을 내는 기술(엔진 클러스터링)을 시험했을 가능성이다. 2017년 개발한 액체 엔진인 백두산 엔진을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추력을 높여 투발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다탄두 ICBM은 다수 표적을 향해 탄두가 분리돼 떨어지기 때문에 지상 요격이 쉽지 않다. 미국이 '다중목표 요격체'(MOKV)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검증 과정을 거쳐 조만간 위성체를 활용해 다수의 위성을 동시에 궤도에 진입시키는 시험을 거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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