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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 이어 풍계리도 재가동 움직임···'비핵화 약속' 깨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시설에서 차량이 지나간 흔적(가운데)과 사람의 발자국(위쪽)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 38노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시설에서 차량이 지나간 흔적(가운데)과 사람의 발자국(위쪽)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 38노스]

북한이 지난해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취했던 비핵화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깰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가동한 데 이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차량이 다닌 자국이 미국의 상업 위성에 11일(현지시간) 포착되면서다. 정부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역시 북한이 맘만 먹으면 수주에서 수개월 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지난해 5월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차량과 사람이 다닌 흔적이 관찰됐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핵실험장의 폐쇄된 터널 구역에 어떤 활동의 흔적도 관찰되지 않다가 지난달 18일과 이달 7일 사이의 사진에서 눈이 쌓인 길을 따라 차량이 지나간 자국과 사람의 발자국이 나타난다”면서다. 38노스는 “이런 활동의 의미를 현 시점에서 판단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지난 3월 때처럼 일부 인력들이 핵실험장 단지 현장에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3월에도 “폐쇄된 터널 구역 부근에 몇몇 경미한 발자국이 관찰됐으나, 현장 복구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3월엔 사람 발자국만 보였는데 이번에는 차량까지 다닌 자국이 나타난 게 차이다.
경미한 징후만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재가동을 단정하긴 이르지만, 정부 당국은 이 핵실험장도 수주에서 수개월 내 복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지난해 해체가 관찰됐지만, 올해 3월 복구 움직임에 있은 후 9개월 만에 엔진 연소실험을 진행했다.

풍계리 핵실험장도 재가동 움직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풍계리 핵실험장도 재가동 움직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한기 합참의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보완 작업을 하면 살릴 수 있는 갱도가 있을 것”이라며 “1·2번 갱도는 (복구하기) 어렵지만, 3·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보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3·4번 갱도를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2006년) 이후 폐기된 터라 제외됐다. 하지만 당시 핵 전문가들 참관 요청은 묵살돼 실제 폐기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만 불러 ‘폭파 쇼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가동에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재개 움직임까지 내보인 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핵실험’ 유예 선언을 되돌릴 수 있다는 엄포이자, 대미 고강도 압박 전술이란 지적이다. 특히 동창리와 풍계리 폐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북한이 취한 상징적인 비핵화 조치였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영구 폐기는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에도 명기됐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 위해 폭파작업을 단행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 위해 폭파작업을 단행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동창리, 풍계리 카드를 흔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동시다발적 공세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조만간 영변 핵시설에서도 핵물질 생산을 강하게 암시하는 징후를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38노스 "풍계리 핵실험장 차량 다닌 흔적"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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