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서 故오종렬 의장 영결식…서울시 "사용신청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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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 민족통일장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 민족통일장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중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고인은 지난 7일 8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10시쯤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고 오종렬 의장 장례위원회(장례위)’는 운구 행렬을 이끌고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 영결식을 진행했다. 광화문 광장은 고인이 앞장서 참여했던 시위가 주로 열린 곳이다.

이날 영결식에는 진보단체 인사들이 두루 참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를 비롯해 고인을 추모하려는 시민이 참석해 400석의 의자를 가득 채웠다. 자리에 앉지 못하고 주변에 서서 영결식을 끝까지 지켜보던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고인은 민족민주운동의 올곧은 스승이자, 한국진보운동의 선각자ㆍ참된 지도자였다”며 “자주ㆍ민주ㆍ통일 세상을 향한 동지의 오랜 염원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고인은 한순간도 투쟁의 최전선을 비우지 않았다”며 “노동자와 민중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의장님 부고는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진보연대는 결의문에서 “우리는 한미 FTA 협상장에서, 전국 곳곳에 똬리를 튼 미군기지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장에서, 광우병 촛불에서 의장님과 함께 싸웠다”며 “의장님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계실 것이고 우리는 민주주의ㆍ민중생존ㆍ평화통일을 위한 남은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의장의 맏아들은 “아버지가 가족들보다도 반갑게 맞이했던 동지들에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고드리겠다”며 오 의장의 임종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병마의 고통과 사투하면서도 간절히 염원했던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아버지의 한과 염원을 이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마무리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 민족통일장 영결식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대형 영정과 만장을 앞세워 운구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 민족통일장 영결식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대형 영정과 만장을 앞세워 운구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장례위는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을 광주 조선대학교 장례식장 빈소로 모신다. 고인의 유해는 11일 발인 이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인은 광주사범대학을 나와 교단에 선 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에 앞장섰다. 또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상임의장, 통일연대 상임대표, 전국민중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을 지내며 통일·민중 운동에 힘썼다. '미선·효순이 사건' 당시 주한미군 반대 시위와 한미FTA 반대 운동,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운동,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 범국운동, 광우병 촛불집회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서울시 “사용 신청 없어…변상금 부과 예정”

이와 관련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영결식이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려는 단체는 사용 희망 일자로부터 60~7일 전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에 따르면 한국진보연대는 이와 관련한 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다.

만약 사전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도 허가해 줄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광장 사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시 관계자는 “광장은 국가ㆍ지방자치단체 행사나 문화 행사 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며 “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분향소 설치나 영결식 등은 원칙적으로 허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한국진보연대가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 사용 시간과 면적을 계산해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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