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1958~ ) '무덤' 전문
뒷산을 오르다
동그란 무덤 잔디 위에 누워보았네.
모든 것에 마지막이 있다는 것이
더 없이 편안해 보였는데
무덤 앞에는 비석조차 없이
누구를 사랑했는지
누구를 미워했는지
알 길도 없이
새 소리만 들리는 것이
더 더욱 맘에 들었네
이 시인은 오늘도 서울 큰 병원의 환자진료의 현장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의사다. '모든 것에 마지막이 있다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는 말이 이 시의 골자. 정신과학적 무의식의 의미에서 보면 '마지막'이 없도록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의사인 나에게는 편안하지 않다는 뜻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마종기<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