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측근 수사 공정” vs “당시 경찰 수사팀 부적절 행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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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호 03면

6일 검찰은 송병기 울산 부시장 집무실과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관련 내용을 청와대 행정관에게 처음 제공한 인물로 알려졌다. [뉴시스]

6일 검찰은 송병기 울산 부시장 집무실과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관련 내용을 청와대 행정관에게 처음 제공한 인물로 알려졌다. [뉴시스]

경찰이 지난해 치러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수사를 놓고 ‘선거개입’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또 다른 내부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문건은 울산시 고위 공무원이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진정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가 올 4월 작성한 내부 문건은 ▶비서실장 비위 혐의 수사착수 배경 ▶경찰이 확인한 사건의 사실관계 ▶수사과정에 대한 의견 등 내용으로 이뤄졌다. 앞서 공개된 같은 부서가 6월 작성한 내부 문건(A4용지 51장)이 김 전 시장 형제비리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구분된다. 4월 작성 문건은 표지를 포함, 20장 분량이다.

하명수사 의혹 반박 또다른 문건 #지능범죄수사대 A4용지 20장 #“중대 범죄 확인하고도 손 놓나” #곽상도 “업자와 유착 논란 A경위 #112상황실 가서도 수사기밀 넘겨” #‘첩보 제보’ 송병기 검찰 출석 날 #집무실·자택·관용차 등 압수수색

문건에 따르면 당시 울산시 고위 공무원의 레미콘 공급사업 이권개입 의혹이 일고 있었고, 이와 관련한 진정 역시 이뤄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2017년 말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이권개입 의혹과 관련한 범죄첩보를 받기도 했다. 통상의 수사 흐름이라는 의미다. 울산 경찰은 문건에서 “수사기관의 중립은 중대한 범죄를 확인하고도 손을 놓고 있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단지 지방선거가 6개월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중립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을 낙마시킬 목적으로 청와대로부터 하명을 받아 진행한 수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측은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가 불순한 의도로 시작돼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재차 제기하고 나섰다. ‘친문 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곽상도 위원장이 이날 공개한 검찰의 A경위 공소장에 따르면 A경위는 지난해 5월까지 건설업자 B씨와 535차례 통화하면서 관련 수사정보를 지속해서 유출했다. B씨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인사를 고발한 인물이다.

A경위는 지난해 상반기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6일부터 울산청 내 112종합상황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A경위는 이곳에서도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수사 기밀인 ‘김기현 시장 등 변호사법 위반 수사 착수 보고서’ ‘지역 주택건축 관련 사건 수사 진행 상황’ ‘별건 구속영장 관련 서류’ 등을 지역 건설업자 B씨에게 직접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곽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A경위는 현재도 112종합상황실 소속이다. 곽 의원은 “지역건설업자와의 유착 논란 등으로 수사팀에서 배제된 A경위가 112종합상황실에 가서도 지속해서 수사기밀을 넘겼다”며 “그런데도 아직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A경위는 지난 4월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5개월 만인 지난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재는 직위 해제된 상태로 경찰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집무실과 자택, 관용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관련 첩보 전달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송 부시장의 컴퓨터와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전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송 부시장은 오후 1시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오전에 (검찰에) 왔다”며 “청와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문모 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관련 비리를 제보한 인물로 최근 밝혀졌다. 검찰은 앞서 청와대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 제보 입수 경위를 설명한 다음 날인 5일 문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와 관련 송 부시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행정관과) 안부 통화 중 김 전 시장 측근 비리가 시중에 떠돈다는 일반화된 내용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자신이 제보자임을 인정했다. 그는 “수사 상황이 언론을 통해 울산 시민 대부분에 알려진 상태였으면 제가 이야기한 것은 일반화된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 부시장의 “안부 통화 중 이야기를 나눴다”라는 주장은 청와대가 “SNS를 통해 제보받았다”고 한 설명과 달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송 부시장과 문 행정관이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이유도 청와대는 “청와대 근무 전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라고 했지만 송 부시장은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해 주장이 엇갈렸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이다. 김 전 시장 시절 교통건설국장(3급)으로 재직하다 2015년 퇴임했고 송 시장 후보 캠프에서는 정책팀장을 맡았다. 송 시장 당선 후 경제부시장(1급)으로 임명돼 공직에 돌아왔다.

현일훈·이우림 기자, 울산=김정석·최은경 기자 hym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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