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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북 동창리, ICBM 준비 징후…미는 코브라 볼 감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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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호 06면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전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됐던 이곳에서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뉴스1]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전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됐던 이곳에서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뉴스1]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폐기에 들어갔던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지난 5일 새로운 활동이 포착됐다. 미국은 이튿날인 6일 핵심 정찰기인 RC-135S(코브라 볼)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며 대북 감시에 나섰다.

미사일 발사장에 대형 컨테이너 #CNN “엔진 연소 실험 재개 징후” #트럼프가 “폐쇄 약속” 자랑했던 곳 #전향적 비핵화 협상 압박 수위 높여

CNN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한 서해의 위성 발사장에서 전에 없던 움직임이 보인다”며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리기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이 언급한 서해 위성 발사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의미한다. 북한은 과거 이곳에서 엔진 연소 실험을 한 뒤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곤 했다.

CNN은 민간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앞에 대형 선적 컨테이너가 놓여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전에 촬영된 사진에는 없던 것이라면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연구소 국장은 “그동안 없었던 대형 컨테이너의 등장은 북한이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는 향후 장거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활동 재개는 앞서 한국 당국에도 포착됐다. 지난달 말 고위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북한은 지난해 방치해 왔던 동창리 일대 미사일 관련 시설들을 올해 초 정비했으며 최근 들어 차량과 장비 움직임이 늘었다”고 밝혔다(중앙일보 11월 29일자 3면). 위성사진 제공 업체인 구글 어스가 지난 1일 촬영한 사진을 보면 동창리 발사장 근처 엔진 연소 실험장 주변에 4대 안팎의 버스와 트럭·크레인 등 건설 장비로 추정되는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이에 당국은 북한이 시설물을 정비해 엔진 연소 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국장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개 움직임이 이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의 ‘크리스마스 선물’ 위협 담화 직후 나온 점에도 주목했다. 이 부상은 지난 3일 담화에서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취한 중대 조치, 즉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를 미국의 비핵화 협상 태도에 따라 깰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루이스 국장은 “담화가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비핵화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브라 볼

코브라 볼

특히 이번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창리 발사장 폐기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취한 대표적인 비핵화 선제조치다. 당시 정상회담 공동 합의문엔 명기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구두 약속했다”고 자랑했다.

이 같은 북한의 ‘이상 징후’에 미국은 연일 한반도에 핵심 정찰기를 띄우며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나섰다. 해외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6일 오전 코브라 볼 1대가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미군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동해로 향했다. 코브라 볼은 고성능 전자·광학 장비를 갖춘 정찰기로 탄도미사일의 전자 신호와 궤적을 추적하는 데 특화돼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군만 3대를 운용할 정도로 미국의 핵심 정찰 자산으로 꼽힌다.

이날 오후에는 RC-135V(리벳 조인트) 정찰기 1대가 서울과 경기도 상공을 비행했다. 리벳 조인트는 통신·신호 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감청 정찰기’로 이동식 발사 차량(TEL) 등 적군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군 당국자는 “올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주로 발사하던 북한이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까지 감행할 수 있어 미국이 집중 감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이근평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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