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가물가물..여야 대립에 국회법도 개정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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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설치 사업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분원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데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담긴 설계비 반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처리를 놓고 대립하면서 국회가 제대로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세종의사당 설치 내용 담은 국회법 개정안돼 #내년 정부 예산안 설계비 10억 반영도 불투명 #충청권, "균형발전 차원 설계비 반영 시급하다"

여의도 국회에서 세종시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와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 등이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국회에서 세종시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와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 등이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10일 끝나는 20대 정기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세종의사당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아 2016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운영위 소위는 지난달 28일 이 법안을 상정했지만 처리하지 못했다. 다음날 29일 열린 전체 회의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운영위 소위는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데만 합의했다. 국회 사무처측은 “공청회 준비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대립하고 있어 국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운영위를 다시 소집하는 것은 어려운 상태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예결특위에 제출된 세종의사당 설계비(10억원) 반영도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당이 예산 반영을 위해선 국회법 개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 송아영 위원장은 “국회 세종 분원 설치는 자유한국당과 국민 간의 약속”이라며 “하지만 국회 예산이 아닌 행복도시건설청 예산으로 설계비를 반영한 것은 정부의 예산수립원칙에도 어긋나고, 국회 분원의 규모(상임위 숫자 등)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예산만 반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절차를 무시한 채 올해에도 설계비 10억원을 반영했다가 사용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춘희 세종시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세종의사당 용역 결과가 나온 만큼 내년은 의사당 설계 공모와 설계 착수까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올해 예산에 잡혔지만 사용되지 못한 예산 10억 원을 사용하지 못했더라도 내년에 추가 10억원을 편성해야 설계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임시국회를 소집해도 세종의사당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가 '국회 분원 설치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 국회 분원 위치로 정부세종청사 인근 B 후보지가 꼽혔다. [연합뉴스]

국회사무처가 '국회 분원 설치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 국회 분원 위치로 정부세종청사 인근 B 후보지가 꼽혔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충청권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ㆍ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500조가 넘는 새해 예산에서 세종의사당 설계비는 작은 것이지만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을 향한 첫걸음인 만큼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공대위는 특히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인 세종의사당 설계비 10억원 반영을 위해서는 민관과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법 개정안이 무산되고 세종의사당 설계비까지 반영이 안 된다면 서울과 세종의 정치 행정의 이원화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성을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국회 분원 최적지로 세종시 전월산 남측 50만㎡가 꼽힌다. 여기는 국무조정실에서 반경 1㎞ 거리에 있고, 2020년 준공 예정인 국립세종수목원과 세종호수공원과도 가깝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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