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흉기테러범 제압한 시민 중엔 살인 저지른 죄수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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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브릿지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사건 때 용의자를 제압한 시민 가운데 한 명(왼쪽). 한 남성이 용의자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흉기를 들고 뒤로 물러서 있다. 이 남성은 경찰로 확인됐다. [BBC 영상 캡처]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브릿지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사건 때 용의자를 제압한 시민 가운데 한 명(왼쪽). 한 남성이 용의자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흉기를 들고 뒤로 물러서 있다. 이 남성은 경찰로 확인됐다. [BBC 영상 캡처]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흉기 테러범을 제압한 용감한 시민들의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용감한 시민 가운데는 과거 살인을 저지르고 복역 중인 재소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흉기 테러범 우스만 칸(28)을 제압한 시민 중에는 2003년 21세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제임스 포드(42)가 있었다.

포드의 존재는 과거 그가 수감됐던 그렌던 교도소에서 근무했던 데이비드 윌슨 버밍엄 시티 교수에 의해 알려졌다.

범죄학자인 윌슨 교수는 언론 등에 공개된 용감한 시민 사진을 보던 중 포드를 발견했다고 했다. 윌슨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포드가 그렌던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정신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테러범 칸을 제압한 살인범 포드의 사례는 재소자가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브리지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의 트럭을 포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브리지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의 트럭을 포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런던 브리지를 지나다가 사건을 목격하고 차에서 내려 범인을 발로 걷어찬 시민도 있다. 여행 가이드 토머스 그레이(24)는 차 안에서 칸이 흉기를 들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곧바로 차에서 내린 뒤 현장으로 건너갔다. 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5~6명이 칸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릴 적 럭비를 배웠다는 그레이는 '한 선수는 팀 전체를 위해, 팀 전체는 한 선수를 위해 싸운다'를 언급하며 "런던 시민이라면 누구나 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목격자들의 영상에 포착된 양복 차림 남성의 존재도 밝혀졌다. 이 남성은 칸과 시민들이 몸싸움을 벌일 때 칸이 들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칼을 들고 서 있다가 뒤로 물러섰다. 범인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모습이 많은 카메라에 잡혀 영국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남성은 경찰로 알려졌다.

또 칸을 쫓아갔던 한 남성은 폴란드 이민자로 확인됐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영국 사회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사례"라며 감사를 표했고, 영국 시민들은 SNS에 그의 사연을 올리며 감사와 칭찬의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성명을 통해 "목숨을 걸고 타인을 도운 용감한 시민들에 끝없는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 범인 칸은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 폭탄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2012년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8년 12월 가석방됐다.

칸은 가석방 의무 조건이었던 정부 재활프로그램에 참석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건물 안에서 흉기를 휘두른 뒤 런던 브리지로 빠져나와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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