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카페] 아이가 밥을 안 먹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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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 생선 싫어. 콩 싫어. 뜨거워. 불어줘. (5분이 흐른 후)그만 먹을래."

저만을 위한 밥상을 받아 놓고도 누워 먹기, 뛰며 먹기를 반복하다 급기야 밥상 엎고, 국 쏟고…. '부처님급' 인내를 발휘해야 겨우 삭여지는 엄마의 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면 거의 매일 벌어지는 풍경 아닐까. 밥 먹기 싫다고 하는 아이를 억지로 먹일 수도, 한끼 이상을 굶길 수도 없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 전문가들께서는 밥 먹이는 일을 '놀이'와 혼동하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보고만 있다가는 내 자식 굶기게 생겼으니…. 엄마는 밥숟가락을 든 채 비행기 놀이에, 기차 놀이에 온 마루를 헤맨다. 그것도 안되면 TV를 틀어 아이의 정신을 모은 뒤 '아' 벌린 입에 숟가락 집어넣는 특단의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고, 즉효는 아니지만 이런 때 '생활 동화'가 많은 도움을 준다. "고기만 좋아"를 외치다 쌍둥이 여동생보다 키가 작아진 삐삐가 주인공인 '날마다 쑥쑥 날마다 빼빼'(베틀북), 커튼 속 요정과 함께 소시지와 밥으로 괴물 모양을 만들어 먹는다는 '뭐든지 맛있게 냠냠'(언어세상), 멸치.우유처럼 뼈에 좋은 음식을 안 먹었다가는 온몸이 흐물흐물해져 버린다고 설명하는 '등을 쭉!'(시공주니어) 등이 덕을 많이 봤던 책들이다. '모두 모여 냠냠냠'(보림) '냠냠 식사놀이'(웅진닷컴) 같은 책도 좋다.

또 먹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아이를 잠깐 동안 요리사로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

'알록달록 볶음밥'(토토북)같은 책을 펴놓고 부엌은 난장판될 각오를 한 뒤 아이에게 당근 한토막, 호박 한토막을 내줘 보자. 손으로 주물럭 거려 짭짤하니 간이 배더라도, 제 혼자 해보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잠시 참아야 한다. 제 손이 곁들여져 근사한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면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숟가락을 들게 될 것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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