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들어내고 1조 공장···SK '울산 장생포역 변신' 내달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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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울산 공장 내부. 직원들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건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SK에너지]

SK에너지 울산 공장 내부. 직원들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건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SK에너지]

고래잡이배가 드나들던 항구엔 아파트 7층 높이 원유 저장 탱크가 가득했다. 전국 각지로 아스팔트를 실어나르던 기차역은 1조원 짜리 공장으로 변신하는 중이었다.

지난 27일, 울산 남구에 자리한 SK에너지 정유 공장 내부엔 파이프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울렸다. 현장에서 만난 SK에너지 관계자는 “공정률 98%로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가 1조원을 들인 이 설비는 감압잔사유(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황 성분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다.

건설 현장 맞은편으로 눈을 돌리자 1964년 국내 최초로 가동에 들어간 원유 정제 시설이 보였다. 원유 정제 시작에서 탈황설비 구축까지 반세기가 걸린 셈이다. SK에너지가 탈황설비 구축에 나선 이유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시행하는 선박용 연료유 황 함량 규제 때문이다. IMO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모든 해역을 지나는 선박은 연료유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에선 기존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설치하거나 황산화물 함량이 적은 저유황유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새로운 선박 건조에 나서고 있다.

IMO가 황산화물 규제에 나선 건 대형 선박이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오염물질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라 불리는 초대형원유운반선 한 척이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량은 450배럴로 승용차 1만 7000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IMO 규제가 시행될 경우 선박이 배출하는 황산화물을 기존 대비 최대 7배까지 줄일 수 있다.

SK에너지는 건설 중인 탈황시설을 통해 하루 4만 배럴(635만L)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선박 연료유 시장은 단일 시장 기준으로 육지 연료유보다 크다”며 “저유황유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 울산 공장 내부. 직원들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건설 현장에서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에너지]

SK에너지 울산 공장 내부. 직원들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건설 현장에서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에너지]

이번 투자는 지난 2008년 2조원을 들인 2 고도화설비 준공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투자다. 기차역 철길을 들어낸 2만5000평 부지에 건설하고 있는 탈황 시설에 들어간 배관 길이만 240㎞에 이른다. 전기 공사에 투입된 케이블 길이는 1100㎞다. 설치된 장치들의 무게는 15t 관광버스 1867대와 맞먹는 2만8000t 수준이다.

SK에너지는 탈황 설비 투자를 통해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황산화물 감축에 따라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사업이 마무리되면 매년 2000~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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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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