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방사능 언급한 기자 처벌한다던데···사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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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근 일본에서 통과된 법안” “일본에서 방사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 등의 게시글이 확산 중이다. 게시글은 한 영문 기사의 일부를 발췌해 “후쿠시마 상황에 대해 발설하는 기자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 의사가 암의 원인으로 방사능을 지목할 시 그 의사에게 급여를 주지 않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게시글의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 해봤다.

[팩트체크]

최근 아닌 6년 전 법안…처벌 사례 없어

게시글이 인용한 기사는 호주의 반핵 운동가인 헬렌 칼디코트(Helen Caldicott)가 2017년에 쓴 글이다. 이 글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측정 결과를 다루면서 후쿠시마 주변 식품의 방사능 오염, 원전 오염수의 태평양 유출 가능성 등 여러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부분은 기사의 말미에 등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사실(truth about the situation)을 말하는 기자들(any reporter)이 10년간 징역을 살 수 있게 하는 법이 통과됐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원문의 일부분

해당 원문의 일부분

과연 이 내용은 사실일까. 우선 특정비밀보호법(特定秘密の保護に関する法律)은 인터넷 글처럼 최근 통과된 법이 아니라 2013년 제정된 법이다. 법은 정부와 행정기관의 정보를 보호하고 유출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소방청, 경제산업성 등 20개 행정기관의 장은 유출 시 국익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다.

특정비밀을 유출할 경우 처벌받는 대상은 크게 네 종류다. ①특정비밀을 관리하는 공무원 ②행정기관과 계약을 맺은 민간업자 ③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자 ④유출을 선동·공모한 자다. 이때 부정한 방법이란 폭행, 협박, 시설 침입, 해킹 등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여기서 ‘유출을 선동하거나 공모한 자’에 기자가 포함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기자가 비밀 유출이 아닌 취재를 통해 작성한 기사는 처벌 대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후쿠시마에 대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법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알려진 바 없다. 예를 들어 아사히 신문은 지난 11월 22일부터 ‘보류된 해일 대책’이란 제목으로 5회에 걸쳐 원전 사고에 관한 기획 기사를 싣기도 했다. 따라서 후쿠시마에 대한 사실을 보도하면 처벌된다는 내용은 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정보 통제, 언론 자유 침해 위험은 존재

하지만 특정비밀보호법은 제정 당시부터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는 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넓고, 지정 기준도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과 변호사협회, 시민단체 등이 비판 성명을 내며 반발했고, 반대 여론도 높았다.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데이비드 케이 특별보고관은 “시민의 알 권리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일본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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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관방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 특정비밀로 지정된 정보는 551건이며 관련 문서는 44만19개다. 후쿠시마 관련 업무는 여러 행정기관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관련 정보가 특정비밀로 지정돼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는 담당 부서별 지정 비밀 건수만 공개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정보가 후쿠시마와 관련 있는지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에 대해 발설하는 기자는 처벌된다”는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후쿠시마 정보가 어디까지 ‘특정비밀’로 지정돼있는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이 법이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는 유효하다.

박지영 인턴기자, 남윤서 기자
park.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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