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시장에 한파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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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계절보다 더 춥다.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시장 얘기다. ‘장’이 선 지 3주인데, 계약 성사는 3건뿐이다.

계약 3명, 정우람 39억원 최고액 #트레이드 등 저비용 영입 늘어나

한화는 27일 구원투수 정우람과 4년 총액 39억원에 계약했다. 이번 FA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키움 포수 이지영은 3년 18억원, KT 외야수 유한준은 2년 20억원에 각각 사인했다. 19명의 FA 신청자 중 16명이 갈 곳을 찾지 못했다.

9구단 NC와 10구단 KT 창단으로 FA 시장이 뜨겁게 타올랐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한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선수 몸값을 쑥 끌어 올렸다. 2015시즌 이후 3년간 FA 계약 총액이 7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490억원으로 내려갔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대형 계약은 없을 거 같다. KIA 최형우(4년 100억원)를 시작으로,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 LG 김현수(4년 115억원), NC 양의지(4년 125억원), SK 최정(6년 106억원)이 100억원대 계약을 했다.

올해는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준척’급 FA도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지환은 계약 기간 및 총액을 놓고 원소속팀 LG와 줄다리기 중이다. 전준우(롯데), 안치홍, 김선빈(이상 KIA)은 원소속팀은 물론, 다른 팀과도 접촉했지만, 제시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본의 아닌 장기전 양상이다.

FA 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은 건 구단들의 기조 변화 때문이다. 최근 ‘몸집 줄이기’가 야구단 트렌드다. 100명이 넘던 보유 선수를 70~80명대로 줄였다. 큰돈이 드는 FA도 기피 대상이다. 대신 트레이드나 2차 드래프트 등 ‘저비용-고효율’ 영입전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 구단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프로야구는 모기업 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FA 등급제를 통해 보상 비용이 줄어들거나, FA가 되는 기간을 줄여 공급이 늘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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