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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 2만L 시뻘건 불길···10㎞ 밖 여수공항서도 연기 보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윤활유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윤활유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6차선 건너 아파트서도 “불똥 떨어진다” 

27일 오전 9시 55분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윤활유 판매장.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시뻘건 불길이 치솟자 인근 주민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기름 보관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인근 가구매장과 공장 등에 옮겨붙어서다. 이날 불로 윤활유가 든 20L들이 드럼통 1000개가 한꺼번에 타면서 주변 지역이 아수라장이 됐다.

전남 여수 율촌면 윤활유 보관창고 불 #윤활유에 불,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아 #직원·주민, 긴급 대피…인명피해 없어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소방차 46대와 소방대원 150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불이 대량의 윤활유에 한꺼번에 옮겨붙으면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은 것이다.

2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윤활유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윤활유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소방차 46대 투입…불길 야산 번져

이날 불은 10여㎞나 떨어진 여수공항 주변에서도 시커먼 연기가 보일 정도로 커졌다. 현장에서 6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에서도 “불똥이 떨어진다”는 신고가 접수될 정도였다. 주민 정모(66)씨는 “펑, 펑 하는 소리가 들린 뒤 검은 연기와 뻘건 불길이 높게 치솟으면서 마구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불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야산까지 번지자 소방당국은 헬기 4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펌프차 21대와 화학차 5대 등을 투입했으나 좀처럼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이날 불로 인근 야산 1600㎡도 모두 불에 탔다.

현장 인근에는 주유소도 있었으나 소방당국이 장비를 미리 대기시켜 불이 옮겨붙는 것은 막았다. 불이 나자 윤활유 판매장과 가구매장 직원 등은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와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2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윤활유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주변이 폐허로 변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윤활유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주변이 폐허로 변했다. [연합뉴스]

3시간 만에 잡힌 불길…주변 폐허 

결국 불길은 3시간여 만에 겨우 잡혔으나 화재 현장은 폐허처럼 변했다. 윤활유가 담겨있던 드럼통들이 시커멓게 탄 채 나뒹구는 현장 곳곳에선 잔불들이 타올랐다. 가구매장에 있던 가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고, 주변의 철골 구조물들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여수소방서 관계자는 “윤활유가 순식간에 바닥에 깔리면서 화재 면적이 넓어져 진화에 어려움이 컸다”며 “주변 산과 아파트 등에 번지지 않도록 대응한 게 다행히 인명피해를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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