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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쟁범죄 군인까지 동원해 '애국보수' 표 결집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년 이라크 파병 당시 10대 포로의 시신과 함께 사진을 찍어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미 해군 네이비실의 에드워드 갤러거 일등중사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아내 안드레아 갤러거와 함께 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이라크 파병 당시 10대 포로의 시신과 함께 사진을 찍어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미 해군 네이비실의 에드워드 갤러거 일등중사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아내 안드레아 갤러거와 함께 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25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튜 골스테인 소령과 클린트 로랜스 중위, 에드워드 갤러거 중사 등 참전군인을 2020년 재선 유세에 동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내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이들을 초청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의 거센 탄핵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참전군인들을 앞세워 자신의 지지층인 보수표 집결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선거 유세 '러브콜'을 받게 될 이들이 모두 전쟁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쟁 영웅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전쟁 범죄자'들인 셈이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소속이었던 에드워드 갤러거 중사는 동성 훈장을 두 차례나 받은 엘리트 군인이었지만, 201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총으로 쏘거나 이슬람국가(IS) 비무장 소년병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체의 머리채를 잡고 셀카를 찍은 혐의로 지난해 9월 군 검찰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군 배심원단으로부터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지만 군 명예를 실추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받아 강등 처분됐다. 그의 복권 여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리차드 스펜서 전 해군장관이 지난 24일 경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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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스테인 소령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당시 비무장 탈레반 포로를 살해한 혐의로 그린베레(미 육군 특수부대) 지위를 박탈당했다. 로랜스 중위 역시 2012년 비무장 아프간인에 발포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아 군 법정에서 징역 19년형을 받았다.

참전군인을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2016년 대선 출마 당시 사용한 선거 유세 전략과 닮았다. 그해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아프간 전쟁 '레드윙 작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커스 러트렐 네이비실 대원을 연단에 올렸다.

이에 대해 탄핵 국면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해 무리한 전쟁 영웅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비스트에 전쟁범죄 군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행위와 관련해 "군의 규율을 어그러트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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