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시체 셀카' 군인 "지위 박탈 말라" 명령…'부적절 개입' 파문 확산

중앙일보

입력

이슬람국가(IS) 대원을 사냥칼로 살해하고 10대 포로의 시체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행위로 기소된 미 해군 네이비실의 에드워드 갤러거 일등중사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아내 안드레아 갤러거와 함께 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 대원을 사냥칼로 살해하고 10대 포로의 시체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행위로 기소된 미 해군 네이비실의 에드워드 갤러거 일등중사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아내 안드레아 갤러거와 함께 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범죄 기소자를 비호하며 해군 장관을 경질시킨 데 대해 미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 군 통수권자의 권한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해군 장관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데 이어 군 장성들이 백악관의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군 개입-장관 경질 논란 일자 #에스퍼 "트럼프, 군 최고지휘관" 반발 #해군장관 "명령 복종 못해" 트럼프 비판 #정치권 일각서도 "트럼프 부적절" 논란

트럼프-스펜서, 갤러거 두고 갈등

지난 10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군 고위 인사들과 회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군 고위 인사들과 회동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라크 파병 당시인 2017년 이슬람국가(IS) 대원을 사냥용 칼로 살해하고 17세 미성년자 포로 시체의 머리를 붙들고 사진을 찍는 등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네이비실 대원 애드워드 갤러거의 지위 박탈 여부를 두고 불거졌다.

갤러거는 군 재판에서 살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10대 포로의 시신과 사진을 찍어 군 명예를 실추했다는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아 4개월 구금형을 받고 계급이 강등됐다. 이에 스펜서 해군 장관과 해군 지휘부가 갤러거를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에서 방출하려는 내부 심의에 착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해군은 갤러거에게서 트라이던트 핀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처음부터 아주 형편없이 처리됐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후 지난 24일 스펜서 장관은 공식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해군 장관이) 갤러거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후임 장관까지 공개했다.

에스퍼 미 국방 "대통령 권한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5일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펜서 장관의 경질과 관련해 "대통령은 군 최고 지휘관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권리와 권한, 특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갤러거의 네이비실 지위를 유지하라고 명령한 것과 이에 불복한 스펜서 장관에 사임을 요구한 것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적법한 권한 행사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요일(24일) 얘기를 나눴으며 "(대통령이) "갤러거 일등중사의 트라이던트 핀(네이비실의 상징)을 계속 유지시키라고 명령했다"고도 했다.

스펜서 "트럼프, 군인 정의 이해 못 해"

리차드 스펜서 전 미 해군장관이 경질 전날인 지난 23일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차드 스펜서 전 미 해군장관이 경질 전날인 지난 23일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펜서 장관도 조용히 퇴장한 것은 아니다. 경질 당시 사직서와 함께 서신을 통해 자신이 군을 떠나게 된 이유와 신념을 밝힘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CNN에 따르면 스펜서 장관은 "나는 양심상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기 위해 내 가족과 국기, 신념 앞에서 한 신성한 맹세를 어기는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고 썼다.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스펜서 장관은 "해군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갤러거의 전쟁범죄 행위를 감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사(戰士)의 정의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며 "전사는 그 자체가 무기인 직업이고, 그들은 지켜야 할 기준을 갖고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트럼프가 부적절" 비판 여론 부상

미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도 갤러거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육군 출신인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잭 리드 의원은 이날 AP통신에 "백악관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군의 기본적인 지휘 구조를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전(前) 유럽최고군사령관(SACEUR)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해군제독도 AP통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이 문제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특수부대의 불법행위를 목격했을 때 이를 보고하고자 하는 의지를 떨어트리는 의욕 상실(chilling effect) 효과"라며 "이것은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왜냐하면 전쟁터에서 우리를 상대편과 구별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따르려는 우리의 의지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전장에서 불법행위를 한 갤러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가 군 사법 시스템에 대한 백악관의 개입 신호로 작용하면, 앞으로 비슷한 전쟁범죄 행위가 발생해도 군이 이를 적절하게 다룰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