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가방 메고 온 10대부터 일본 팬까지…故구하라 조문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5일 숨진 채로 발견된 가수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25일 관계자가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5일 숨진 채로 발견된 가수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25일 관계자가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커다란 배낭을 멘 앳된 얼굴의 10대 여성이 눈시울을 붉혔다. 전날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구하라(28)의 빈소에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팬들은 말을 아끼며 차분히 고인을 추모했다.

25일 오후 3시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에는 조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10여명의 조문객이 찾아와 기다렸다. 일본에서 온 팬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빈소는 두 곳에 차려졌다. 유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 측은 고인의 주변 사람들과 조용히 장례를 치르기 바란다며 이곳에 대한 취재 자제를 당부했다.

서울성모병원에는 고인의 팬과 취재진을 맞이하는 빈소를 차렸다. 빈소는 27일 자정까지 조문객을 받는다. 고인이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만큼 빈소에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로이터 등 외신도 모습을 보였다.

조문이 시작 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빈소 앞에는 6~7명 정도의 줄이 생겼다.

약 1시간 동안 다녀간 30여명의 팬 가운데 대다수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팬이었다. 한 여성 팬은 빈소 문 앞 벽에 기대 채 눈물을 흘렸다. 학교를 마치고 온 듯 큰 가방을 멘 10대 조문객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어릴 때부터 고인의 팬이었던 여자친구와 함께 빈소를 찾은 대학생 박주영(23)씨는 "어제 소식을 듣고 화나기보다 너무 놀랐고 슬펐다"면서 "불과 한 달 전에도 고인의 친구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벌써 두 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이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 돌아보면 좋겠다"면서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문제가 되는 일은 확실히 처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수 구하라. [뉴스1]

가수 구하라. [뉴스1]

구하라는 전날 오후 6시쯤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 온 가사도우미가 구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았다가 현장을 발견했다.

25일 현장을 감식하고 유족의 진술을 들은 경찰은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결과 구씨는 전날 0시35분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후 구씨 집을 다녀간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구씨가 자필로 쓴 짧은 길이의 메모가 거실 탁자 위에서 발견됐다. 메모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과 수사기관은 부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부검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현장을 살펴본 경찰과 검찰의 판단을 남겨 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08년 그룹 '카라'로 데뷔한 구씨는 국내외에서 가수와 배우 활동을 해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