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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문학상 받은 한국계 수전 최 “차기작, 일제시대가 배경”

중앙일보

입력

수전 최가 전미도서상(the 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수전 최가 전미도서상(the 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계 미국인 수전 최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최고 권위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미도서협회(the National Book Foundation)는 이날 최 작가를 올해의 전미도서상(The National Book Award)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최 작가는 올해 4월 출간한 소설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ercise)』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재단은 선정 이유로 “시의적절하면서도 영혼을 사로잡으며 마지막엔 독자의 마음을 혼란하게 뒤흔드는 내용"이라며 "포스트모던 소설 작법까지 선보였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미도서상은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라며 “최 작가의 소설은 심리적으로 통렬하며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고 호평했다. 올해 전미문학상 후보엔 약 25개의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최종 우승자에겐 1만 달러(약 1176만원)의 상금과 청동 조각 상패, 메달이 수여됐다. 지난해 전미문학상 최종 후보로 올랐던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최 작가는 1969년 한국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최인자’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7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를 따라 텍사스에서 성장했으며 예일대를 졸업한 뒤 코넬대에서 미술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지금은 예일대에서 문학 창작을 강의한다. 문학적으로도 평판이 높은 주간지 뉴요커에서 팩트체커로 일하다 동료인 피터 웰스와 결혼해 아들 둘을 뒀다. 웰스는 현재 NYT 음식평론가로 활약 중으로, 수전 최와 함께 뉴욕 문화계의 알아주는 파워커플이다.

한국계 아버지를 둔 미국인 소설가 수전 최의 작품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cercise)』.

한국계 아버지를 둔 미국인 소설가 수전 최의 작품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cercise)』.

문단에 데뷔한 건 1998년 『외국인 학생(The Foreign Student)』로, 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왔다. 6ㆍ25 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남성이 경계인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그렸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그의 작품세계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신작 『트러스트 엑서사이즈』 출간 후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우연히 시작한 것”이라며 “한국의 일제강점기 시절 할아버지가 겪었다고 들은 이야기에 착안해 차기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작품이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ercise)』”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예술고등학교에서 10대 학생 커플과 카리스마 있는 교사 사이의 관계를 그리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파고든다. 배니티 페어는 “놀라운 반전이 있기에 줄거리를 다 말할 수 없다”며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 이라고 평했다.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도 오르는 동시에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최 작가는 20일 시상식 뒤 만찬에서 “글을 써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특권으로 여겨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그는 배니티페어와 인터뷰에서도 “가끔은 아침에 일어나 ‘더 이상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앞으로는 내리막길만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배니티페어는 “수전 최는 자신의 잠재력을 이제 막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차기작은 아직 집필 중이라고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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