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만난 러 외무장관,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미국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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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 러시아 외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미국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20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1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북ㆍ미 정상의 직접 접촉을 환영했지만 최근 이 접촉들은 중단됐다”며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스스로 이미 적지 않은 구체적인 (비핵화 관련 및 미국에 약속한) 조치를 취했으며 이에 대해 보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선희 제1부상이 전날 그에게 이와 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미국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를 위해 북한을 어떻게 이끌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식으론 일이 되지 않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14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고노 일본 외상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고노 일본 외상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군사ㆍ정치ㆍ경제 및 인적 교류의 4개 분야에 걸친 비핵화 관련 세부 행동 계획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2017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이고 단계적 구상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이 21일 언급한 방안은 이를 구체화하고 보충한 것이다. 그는 최선희 제1부상에게도 관련 구상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ㆍ미 간 협상이 교착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틈새를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파고들고 있는 모양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앞서 최선희 제1부상은 20일 라브로프 장관을 포함한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과 만남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 전에는 지금까지 놓여있던 핵 문제가 협상탁에서 이젠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다시 도발적 조치로 돌아간다면 크나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했다는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하거나 의미 있는 증거는 못 봤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비핵화)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것과 관련, 비건은 “북한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구애받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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