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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으로 만든 자사고, 시행령으로 '일괄 폐지'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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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가 20일 열린 고교교육혁신추진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20일 열린 고교교육혁신추진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고 일괄 폐지를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첫 단계로 자사고·외고의 법적 근거부터 삭제했다. 자사고와 외고는 헌법소원 등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는 20일 오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교교육 혁신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7일 예고한대로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위해 법령 개정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이달 27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서울자사고 학부모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자사고 학부모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교육부는 자사고·외고와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시행령 90조에는 외고와 국제고의 설립 근거가 담겨있고 91조 3항에는 자사고의 설립 근거가 명시돼있다. 아울러 공주한일고 등 전국 단위 모집이 허용된 자율학교도 일반고와 동일한 입학 전형을 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교육부령)의 특례 조항도 삭제한다.

시행령은 2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를 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개정 완료된다. 이대로 개정될 경우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일반고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라진다. 이명박 정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의 하나로 만든 자사고, 자공고(자율형공립고)가 사라지면서 전국의 고교 유형은 일반고, 특목고(과학고·예체능고·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영재학교 등 4가지로 줄어든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시행령은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꿀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권에 따라 학교 유형을 수시로 바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시행령으로 없앨 수 있다면 언제든 손쉽게 시행령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라며 "교육의 미래가 이념에 좌우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혼란과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아이들 미래가 달린 문제를 간단하게 시행령을 하나 바꿔 좌지우지하겠다는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설립 근거가 시행령인 만큼 시행령을 통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자사고·외고 측은 전국 자사고 및 외고 연합체를 구성해 정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오세목 전국자사고공동체연합회 회장(전 중동고 교장)은 "시행령을 바꾼다 해도 기존 시행령에 근거해서 설치된 학교를 갑자기 문 닫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개정안을 살펴본 뒤 어떤 부분을 문제 삼을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국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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