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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 “3년이나 늙었다” 한 국민과의 대화…여기저기서 “질문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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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원형으로 빙 둘러앉은 300명의 국민패널 사이로 입장했다. 이날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는 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국민패널의 즉석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을 표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39;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39;에 참석.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39;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39;에 참석.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얼마나 하실 말씀 많으실까 싶은데, 오늘 경청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운을 뗐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짙은 색 정장과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는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는 한편 자신감을 강조한 코디라고 한다. 왼쪽 가슴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배지를 착용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입장할 때 영국 출신 록그룹 비틀즈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이날 진행을 맡은 문 대통령과 1953년생 동갑내기인 라디오 DJ 배철수씨가 직접 선곡한 곡이다. 예정된 100분을 넘겨 115분간 진행된 생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답변한 질문은 총 22건.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질문 등을 포함해 모병제, 검찰개혁, 부동산, 남북문제, 차별 문제 등이 망라됐다.

배씨는 첫 질문자 지명권을 문 대통령에게 넘겼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첫 질문자는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9)군을 잃은 부모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문 대통령은 답변도 선채로 했다. 문 대통령은 “스쿨존 전체에서의 아이들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나겠다”고 했다.

이후 문답은 배씨가 방청석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문 대통령이 답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중간중간 진행 과정에서 “잠시만, 다시 (마이크를) 드리세요” 등 필요할 때 직접 끼어들며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 대신 직접 국민과 대화하는 형식을 결정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얘기 나온 김에 공수처에 대해 한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자유한국당 등 야당 반대를 염두에 둔 듯 “옛날에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제기했었고, 2012년 당시 이회창, 노무현 대선 후보가 함께 공약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문제 관련해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고, 지소미아(한일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추가로 설명하고 싶은 것은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시간쯤 흐르자 문 대통령은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대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39;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39;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9.11.19. 한겨레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39;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39;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9.11.19. 한겨레 청와대사진기자단

방청석에선 특정 패널이 질문 도중 과도하게 시간을 끌면서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인 책 『운명』을 들고 나온 한 방청객이 검찰개혁과 관련한 질문을 4분 가까이 이어가자 보조 MC 허일후 아나운서가 “다른 분들 질문을 위해서…(짧게 해달라)”고 제지했다. 자신을 일용직 근로자라고 소개한 한 시민이 자신의 민원 과정을 설명하자 다른 방청객이 “이왕이면 줄입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방청석에서 질문권을 얻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자 배씨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문 대통령에게 “화내는 모습을 한번도 못봤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느냐”고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공적인 일에 화가 날 때가 많다. 그렇지만 화를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니까 더 스트레스 받죠”라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생방송 종료가 가까워지자 발언권을 얻지 못한 패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요약해서 왔는데…(발언권을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배씨가 “이런 진행은 처음인데 3년은 늙은 것 같다”며 문 대통령에게 마무리 발언을 청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도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서 우리가 반드시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생방송을 두고 일각에선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39;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39;를 마친뒤 방송 시간 내 못다한 질문지들을 전달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39;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39;를 마친뒤 방송 시간 내 못다한 질문지들을 전달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청와대는 MBC로부터 질문자의 인적사항을 모두 제외하고 전체 참여자가 국민패널 신청 과정에서 올린 질문과 의견을 전달받았다. 청와대는 추후 적절한 형식을 통해 해당 질문들에 답할 예정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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