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발해가 중국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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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창바이산.長白山)을 중국 명의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고구려 유민들이 건국한 발해(渤海)의 수도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의 유적도 중국 명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 같은 등록 작업을 이해관계가 있는 한국이나 북한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린성 측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등록을 목표로 백두산의 자연유산 등록 신청을 준비 중이다. 지린성 직속의 창바이산 보호.개발.관리위원회의 리잔원(李占文) 부주임은 22일 중국 인터넷 매체 취재단과 만나 "창바이산 구역의 보호와 개발 사업이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했으며, 세계자연유산 신청 업무도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 부주임은 "건설부가 마련한 문화.자연 유산 예비 목록에 오른 17곳 중 창바이산이 둘째에 올라 있다"며 "2008년에 자연유산 지정을 받도록 하기 위해 내년 2월 1일 이전에 공식 등록 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보하이(渤海)진에 위치한 상경용천부 유적에 대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정.강병철 기자

[뉴스 분석] 전 세계 관광객 유치
동북지역 부흥 포석

중국이 백두산(창바이산)과 발해 유적을 유네스코의 유산으로 등록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복잡한 계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적으로 낙후한 동북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한 동북 진흥(振興)전략 차원에서 이 일대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유네스코의 자연 또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유인 효과가 상당하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백두산이 인접한 지린성 바이산(白山)시에 민간 공항을 착공해 관광객 유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해의 옛 도읍지인 상경용천부를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데는 또 다른 의도가 읽힌다. 문화재청의 강경환 문화재 교류과장은 "상경용천부가 현재 중국 영토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협의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문화재 보호 차원이나 관광 진흥 차원을 넘어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즉 발해 유적을 중국이 나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함으로써 '역사 영유권' 분쟁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는 모두 고대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며 이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기 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정부 지원으로 추진해 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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