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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때 국민의 개헌 발의권 되찾아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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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대표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대표

지금 우리의 정치는 대결의 정치, 싸움의 정치로 밤낮을 지새우고 있다. 이런 갈등과 대립의 근본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승자독식 구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모든 것을 빼앗기는 구조여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건 투쟁만 있을 뿐이다. 국회는 민생의 토론장이 아니라 다음 선거를 위한 베이스 캠프로 변해버렸다.

총선 때 원포인트 개헌 해놔야 #국민이 원하는 개헌 가능해져

권력의 집중에서 오는 남용, 그리고 그 남용이 가져오는 부패와 무능을 막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의 정치제도 아래서는 누가 대통령으로 뽑혀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분권과 협치의 새 틀을 짜서 함께 이끌고, 함께 나누는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

20대 국회는 1, 2차 개헌특위까지 구성하고서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지루한 책임 공방만 계속하다가 변명 한마디 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정치권은 그동안 개헌을 다분히 정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개헌을 주장하다가 다른 문제가 생기면 금방 개헌 논의는 중단되었다. 그들에게 개헌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였다.

이젠 개헌을 더는 정치권에만 맡길 수 없다.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만들어 국회에 요구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개헌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개헌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국회가 의결한 개헌안에 국민투표 방식으로 참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직접 개헌안을 만들어 국회에 발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래 헌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개헌 발의권은 국회와 국민이 갖고 있었으나 유신헌법 때 국회와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따라서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이 유신 때 빼앗긴 개헌 발의권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과거 국회가 민의를 무시한 채 정략적으로 개헌을 미루고, 당파성·폐쇄성으로 인해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국민이 개헌 발의권을 되찾아와 직접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개헌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여 심의·의결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21대 국회가 열리면 대통령 임기 만료 전까지인 2년간이 개헌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총선 후 전면적인 개헌의 시발점은 국민이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 맡기면 또다시 개헌의 골든타임은 놓쳐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총선 때 전면적인 개헌이 아닌 국민개헌 발의권만 통과시키는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을 먼저 해놓자는 것이다.

1차로 다음 총선에서 먼저 원 포인트 개헌을 통해 국민의 개헌 발의권을 찾아오고, 2차로 총선 후 그 개헌 발의권을 활용하여 국민이 앞장서 전면적인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부결되자,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1일에는 여야 5당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민의에 따르자”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개헌 약속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뜻은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한 의지만으로 개헌이 달성될지 의문이다.

여야 각 당은 지난 대선 때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총선 공약만 할 것이 아니라 총선 전 국민개헌발의권을 복원하는 원 포인트 개헌에 앞장서 실천적으로 개헌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들도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마지막 국회 활동을 매듭짓겠다는 마음으로 국민개헌 발의권을 통과시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개헌의 가장 큰 동력은 국민의 힘이다. 국민의 함성이 국회에 메아리치면 총선 전 원포인트 개헌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