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보면 주식 앞날 보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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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열두 해 동안 그를 키운 건 80%가 데이터였다.

이민희(사진) CJ투자증권 연구원 얘기다. 반도체.LCD 부문을 12년 동안 담당하면서 그가 믿은 건 데이터였다. 이게 결실을 보아 그는 영국 조사기관인 AQ리서치와 한국신용평가정보가 발표한 애널리스트 순위에서 코스피 부문 1위로 꼽혔다. <관계기사 7월 24일자 E1.4면>

그가 받은 RQ지수는 50.36. 그가 '매수' 혹은 '매도' 의견을 내면 3개월 후 해당 종목의 주가가 50% 오르거나 50% 내렸다는 의미다.

"데이터로 보면 보입니다. 아마 애널리스트 중 가장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겁니다."

족집게 같은 분석 능력의 비결에 대한 설명치곤 시시하다. 그는 남들이 자주 하는 기업탐방도 중소형사의 경우엔 일주일에 한 번, 대형사는 분기에 한 번 정도 갈 뿐이다. 나머진 철저하게 기업이나 해당 산업의 데이터를 파고든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것은 산업 분석. 반도체.LCD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우 그 산업의 글로벌 경기 흐름을 잘 분석하면 기업의 이익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주가가 70만원대의 고공비행을 하던 삼성전자에 대해 그가 1월 '매수'에서 '중립'으로 돌아선 것도 이런 이유다. 그가 축적한 반도체 재고율, 출하증가량 등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경기는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 주가는 수급 논리로 치솟고 있지만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의 예측대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58만원대에서 게걸음이다.

그가 데이터의 중요성에 눈뜬 것은 9년간 몸담았던 삼성투신 시절부터다. 대형 운용사에 있다 보니 여러 증권사에서 자료가 물밀듯 몰려들었다. 게다가 삼성투신이 JP모건투신(현 JP증권)과 합작했을 땐 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 외국 산업 정보도 발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그때 체득한 데이터의 중요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금도 애널리스트로 생존하는 데 큰 자산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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