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젊고 건장하지만 나약"···나경원 檢의견서 비꼰 채이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25일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실을 점거하자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채이배 의원. [중앙포토]

지난 4월 25일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실을 점거하자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채이배 의원. [중앙포토]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젊고 건강하지만 나약한 채이배”라고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4월 패스트트랙 사태 때 한국당 의원들에게 ‘감금’을 당했던 채 의원에 대해 ‘젊고 건장한 채 의원이 감금을 당했다는 건 채 의원을 너무 나약한 존재로 보는 것’이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채 의원은 지난 4월 25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으려는 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로 약 6시간 동안 의원실에 감금됐다. 당시 채 의원은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개혁특별위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대신 보임된 상태였다. 채 의원 감금 문제로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에 고발됐다.

KBS를 통해 공개된 약 50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나 원내대표는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는) 빵을 나눠 먹고 마술쇼를 하는 등 화기애애했다”며 자당 의원들이 채 의원을 감금한 게 아니었다는 주장을 폈다.

채이배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채 의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패스트트랙 감금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 사건으로 인해 국민에게 정치적 혐오와 정치적 불신을 더 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한 말씀 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채 의원은 “(감금) 사건 당시 제 방 문고리를 잡고 있던 1명과 방에 있던 11명, 총 12명의 한국당 의원들을 힘으로 물리치지 못했으니 저는 나약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는 모든 행동이 자신의 지휘하에 이뤄졌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강인함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정작 50쪽의 의견서 본문에는 (나 원내대표가) 자신의 책임을 밝힌 내용은 없나. 막상 책임지겠다는 말을 문서로 남기려 하니 나약해졌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사법부에 촉구한다”며 “제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물리력을 행사해 저를 감금하도록 교사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국회에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벌백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잘했다”라고 격려하며 동조의 뜻을 비쳤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나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문희상 국회의장실이 패스트트랙 사보임 문제는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 “그 사보임이 불법이라는 논거와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의원 본인 의사에 반하는 사보임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법을 만든 것이고, 그에 따라 국회의장 강제 사보임은 국회의원의 헌법상 의무를 위반하게 한 것이므로 당연히 불법 사보임이다”라며 “그동안 사보임이 많이 이루어졌다지만 이것은 묵시적 동의에 의한 합의다. 강제 사보임과 묵시적 동의에 의한 사보임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어떠한 내용 제출하셨어도 이건 불법이라는 점에 흔들림이 없다”며 “국회의장께서는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출석하셔서 정당하게 조사받아주실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저는 젊고 건장하지만 나약한 채이배”라면서 패스트트랙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선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