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 수사정보 유출한 전직 검사,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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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57·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에게 관련 사건의 수사자료를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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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과 뇌물수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추 모 전 검사(37)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벌금 70만원과 추징금 30만원도 부과됐다.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받는 최 변호사에게 수사자료 건네

추 전 검사는 서울서부지검에 근무하던 2014년 과거 직속상관으로부터 ‘최 변호사를 잘 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최 변호사는 2011년 3월 대구 공군비행장 전투기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수임한 뒤 승소해 성공보수 외에 주민들이 받아야 할 지연이자까지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받은 인물이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전투기 소음피해 소송을 대리하면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뒤 이를 축소 신고해 수십억원대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14년 당시 최 변호사는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와 동업을 하다 갈등이 생겨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이 조씨를 구속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추 전 검사는 2014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해당 사건의 자료를 최 변호사에게 건넸다. 6차례에 걸쳐 조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 147개와 개인정보 자료 등을 넘겼다.

이 외에도 추 전 검사는 수사 중인 사건 고소 대리인 측으로부터 3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지인 요청에 따라 사건 경과를 두 차례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추 전 검사를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뇌물수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정당행위 아냐”

1·2심 재판부는 모두 추 전 검사를 유죄라고 보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접견 녹음파일을 최 변호사에게 전달한 행위는 검사의 업무이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개인적인 이득을 얻은 것이 없고 뇌물수수의 경우에도 제공받은 대가가 경미하고 관련사건 처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추 전 검사는 수사기밀 유출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을 받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불복소송을 낸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면직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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