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이 전쟁터" 홍콩 대학생들 캠퍼스서 경찰과 충돌

12일 경찰에 저항하고 있는 홍콩 중문대학교 학생들. [AFP=연합뉴스]

12일 홍콩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과 경찰이 충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중문대학, 이공대학, 시립대학 등에서 학생들은 시위를 벌이고 경찰은 교내에 진입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SCMP는 "교정이 전쟁터와 흡사하다"고 전했다.

홍콩 시립대와 중문대 등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 진입을 저지했다. 이들은 활, 화상, 투창 등의 무기를 교내에 준비해두고 경찰과 맞섰다.

12일 중문대학교에 진입한 경찰. [로이터=연합뉴스]

시립대 학생들은 학장 집무실에 진입해 집기를 부쉈고 중문대 학생들은 차량과 폐품을 쌓아놓고 불을 지른 뒤 진압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화염병을 쉴 새 없이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중문대 학생들은 "우리는 실탄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희생을 치르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며, 1명의 목숨을 100명 경찰의 목숨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법을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인들의 시위는 지난 주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학생 한 명이 중태에 빠지면서 더 격렬해졌다.

이날 사이완호, 센트럴, 타이포, 몽콕, 카오룽퉁, 사틴 등 홍콩 곳곳에서도 시위대가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등 늦은 밤까지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도 최루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카오룽퉁 지역의 한 쇼핑몰 안에서는 시위대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붙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12일 홍콩 중문대에 진입한 경찰.[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대부분의 홍콩 내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고, 영국계 국제학교 등 홍콩 내 상당수 초중등 학교도 임시 휴교를 선언했다. 중문대학과 홍콩대학, 홍콩침례대학 등 다수 학교는 13일에도 휴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AFP는 "홍콩에서 대학 캠퍼스는 새로운 충돌의 장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주로 주말에 전개되던 시위가 평일로 이어지는 양상도 띠고 있다. 한 시위참여자는 SCMP 인터뷰에서 시위대가 '평일 폭력'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주말 오후 늦게 거리로 나와 도로 봉쇄 등을 했던 것과 달리 평일 홍콩 도심 상업지구에서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 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