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기소하자 정 교수의 변호인단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아직 정 교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하지 않은 검찰이 정 교수에게 적용한 혐의는 14개에 달한다.
"이젠 침묵 지킬 수 없는 단계, 재판서 다 밝힐 것" #조국 장관 뇌물 혐의엔 "사실 관계와 전혀 달라"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소장은 검찰이 그리는 구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 사실 관계를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혐의와 관련해 "숱한 물적 증거와 다수의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며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주중 조 전 장관을 소환해 정 교수와의 공모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15일 정경심 2차 공판준비기일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우선 15일로 예정된 정 교수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에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정 교수를 구속기소한 11일부터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해 "방어권의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2주 내 수사기록 복사를 허용하라'고 했지만 검찰이 기한을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 조사를 거부하며 수사가 지연돼 열람 복사 허용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차 준비기일에서 정 교수에게 추가한 입시비리 혐의 등과 관련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할 예정이다.
법조계 "정경심 상황 녹록지 않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정 교수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11일 공개된 정 교수의 공소장을 본 법조인들은 정 교수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와 진술이 공소장에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정 교수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와 정 교수의 공모 관계를 깨뜨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검찰이 확실한 것만 기소한 듯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표창장 위조 등 입시비리 혐의와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 정 교수가 조범동으로부터 받은 미공개 정보로 2차 전지업체 WFM의 주식을 거래해 2억 7400만원의 범죄수익을 얻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단골 미용실 디자이너 등 3명에게 부탁해 790회에 걸쳐 불법 차명거래를 했다고도 봤다.
김 변호사는 "불법 주식 거래와 관련해 정 교수는 현재 조범동에게 미공개 정보를 받기만 한 수동적 피의자로 그려져 있다"며 "검찰은 정 교수가 조범동과 주가 조작에 적극 가담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도 수사 중일 것"이라 말했다.
조국 소환 뒤 아들 공범여부 판단할 듯
검찰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의 딸인 조모(28)씨만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 정 교수와 공모해 허위표창장을 제출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서울대 허위 인턴증명서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과 아들 조모씨(24)의 경우 조 전 장관을 조사한 뒤 공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지난 5일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불법 주식거래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 중이다.
정 교수가 WFM 장외 주식거래를 하던 시기에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 중이었다. 검찰은 민정수석의 직무 범위가 광범위한만큼 정 교수가 얻은 2억 7400만원의 불법 수익이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에 해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 조국 뇌물혐의도 수사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수천만원의 돈이 정 교수가 WFM 주식을 살 때 이용된 정황도 파악한 상태다. 하지만 정 교수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사실과 동떨어진 일방적 주장"이라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11일 페이스북에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 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며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 밝혔다. 정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남편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이 검찰 소환 통보를 받게되면 조 전 장관도 변호할 계획이라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