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체육대회 참가 내한한|소련사회 지도급 동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40여 년만에 처음 고국 땅을 밟은 제1회 세계 한민족체육대회 참가 소련동포 선수단들 가운데는 전 북한 고관을 지냈거나 소련사회에서 지도급 인사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있는 VIP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임원·선수단 1백44명 중에는 소련과학원 정회원이며 고려인협회 명예회장 막심김옹(80)을 비롯, 소련과학원 아카데미교수로 소련정부의 대한정책에 중요역할을 하는 유게라 심씨(58), 작가이며 고려인협회 부회장 허진씨(61)등이 포함돼 있다.

<한·소 관계 개선 더 빨라져야>-유게라 심씨(58·소 과학원 교수)
『좋습니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인데 이렇게 쉽게(?)오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평양 세계청년 학생축전에도 초대 돼 김일성과 자리를 같이했다는 유게라 심씨(58)는 철학박사로 모스크바 농업과학 아카데미 교수이며 소련의 대한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소 관계 개선의 속도는 적절한가.
『더 빨리 이루어져야한다고 본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관계정상화, 즉 국교수립을 소련의 한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남·북한 간의 관계개선 전망에 대해 묻는 질문에『그것은 복잡한 문제』라며 웃음으로 얼버무리다『한국에 있는 동안 한소 간의 관계개선, 남·북한 문제 등에 대한 한국학자들과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2년 전 이곳을 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우리 일행 중 아무도 없었으나 우리가 오늘 이곳에 왔다』며 그만큼 한소 관계 개선의 앞날이 밝다고 말하면서 밝은 웃음을 보였다.

<역사의 변화 조국 와서 실감>-마르크스 한씨(63·역사학 교수)
『문명한 나라로군요. 진정 진정 선진된 나랍니다』
모스크바 고급 청년대학 역사학 교수로 철학박사이기도 한 마르크스 한씨(63)는 그가 태어나 처음 밟게된 한국에서의 첫마디를 이렇게 혼잣말처럼 했으나 분명히 감격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였다.
소련국내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마르크시즘의 이론가로『해방투쟁사』라는 저서를 갖고 있기도 한 그는 최근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소 관계 개선에 대해『소련의 개방정책과 한국의 북방정책으로 그 전망이 매우 밝다』고만 짤막하게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남북관계 개선전망에 대해『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에 근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한국에 있는 동안 어떤 가능성이 있겠는지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소련에서「진정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소련은 지금 제대로 된 사회주의를 하고있는가」라는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엄청난 변화가 실감난다』는 그는 한국발전 모습을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재삼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