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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눈앞이 잠깐 깜깜, 한쪽 눈 침침? 망막 혈관 손상 가능성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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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응급 질환 ‘눈 중풍’

눈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은 보이는 뇌다. 각막·동공·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도달한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은 혈압·혈당에 취약하다. 눈 속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빛을 감지하는 시신경이 손상돼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눈앞이 잠깐 깜깜해졌다 괜찮아지거나 한쪽 눈이 침침하다면 망막 혈관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망막 혈관 막히거나 터지면 #시신경 파괴돼 실명할 수도 #치료 골든타임은 24시간 내

좋은 시력은 망막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빛의 초점이 정확하게 맺혀야 하고 망막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로 잘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눈의 시각세포가 모여 있는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면 망막 신경세포로 산소·영양소가 공급되지 못해 시신경이 파괴되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망막 질환인 망막혈관폐쇄증이 대표적이다. 혈관 내 피 찌꺼기인 혈전(피떡)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는 응급 질환인 뇌졸중과 비슷해 ‘눈 중풍’으로 불린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주용 교수는 “고혈압·당뇨병 같이 온몸의 혈관을 공격하는 만성질환은 눈의 망막 혈관 건강도 위협한다”고 말했다.

혈압·혈당에 취약한 망막 혈관

눈 중풍의 중증도는 막히는 망막 혈관의 종류·위치·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망막 중심을 교차하는 동맥·정맥 혈관이 막힌다면 실명 위험이 크다. 주로 망막 동맥에 잘 생긴다. 망막으로 산소·영양소 공급이 차단돼 회복하기 어려운 시신경 손상이 일어난다. 증상은 별다른 통증 없이 급작스럽게 중심 시력이 악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두운 방 안에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지속한다. 눈을 감고 쉬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강동성심병원 안과 박성표 교수는 “망막의 중심에 위치한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24시간 이내 즉각적인 치료가 필수”라고 말했다. 치료가 늦어지면 시신경 손상으로 영구적인 시력 장애가 남을 수 있다.

망막 정맥은 주변 혈관부터 막힌다. 끈적한 혈액이 좁은 망막의 정맥 혈관을 통과하다가 혈액이 소용돌이쳐 생긴 혈전이 쌓인다. 건국대병원 안과 김형찬 교수는 “망막의 혈액순환이 느려지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 주변으로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늘어난 약한 혈관은 잘 찢어져 안구 내부에서 출혈이 잦아진다. 미세 혈관인 눈의 망막 혈관이 병적인 상태로 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망막과 시신경이 연결된 부위인 황반이 부으면서 시야가 불안정해진다. 망막 중심이 아닌 주변을 지나는 혈관이어서 부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정도에 그친다. 또 한쪽 눈에만 발생해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까다롭다. 더 악화하면 부종·출혈로 시각세포가 망가져 시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망막 혈관 손상으로 인한 급격한 시력 저하는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 발병을 예측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망막혈관폐쇄 질환의 위험 인자는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과 동일하다. 고혈압·당뇨병은 눈 망막 혈관은 물론 모든 혈관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주용 교수는 “눈이든 심장·뇌에 뻗어 있는 혈관이든 어느 한 곳이 나쁘다면 다른 곳도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매년 안저 검사로 시력 관리하길

눈 혈액순환 장애는 단순히 안과적인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한문구(신경과)·우세준(안과) 교수팀은 망막혈관폐쇄증과 뇌경색 등 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3년 9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망막 동맥이 막혀 병원을 찾은 환자 중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MRA) 등 영상 검사와 혈관성 위험인자 검사를 시행한 151명을 대상으로 급성으로 망막 동맥이 막혔을 당시 혈관 상태를 살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 151명 절반 이상인 58%(87명)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사람도 23%(35명)나 됐다. 이들 망막의 동맥 혈관이 막혀 급작스러운 시력 소실을 경험한 환자 중 10%는 1년 안에 뇌졸중이 발생했다. 특히 이렇게 발병한 뇌졸중의 57%는 망막 동맥 혈관이 막힌 지 1개월 이내였다.

치료는 안과적 치료와 혈압·혈당 조절 등 내과적 치료를 병행한다. 일차적으로는 시력 회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주사·레이저 치료로 망막이 붓는 것을 완화하면서 불필요한 신생 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

정기적인 안과 정밀 검진도 필요하다. 실명을 초래하는 눈 질환은 자각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특히 눈 속 깊숙이 위치한 망막은 일반적인 시력 검사로는 이상 여부를 알기 어렵다. 망막 혈관의 형태 변화, 부종·출혈 여부, 신생 혈관 발생 등을 직접 관찰하는 안과 정밀검진인 안저 검사를 매년 받으면 시력이 나빠지기 전에 대비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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