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으로 관광성 출장갔다가 징계받은 광주광역시 북구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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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던 광주광역시 북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통영시의회를 방문하겠다고 출장서를 제출하고 출장비까지 받았지만 정작 통영시의회에 방문 일정조차 알리지 않았다. 해당 의원들은 통영시의회 건물만 바라보고 돌아왔다.

[이슈추적] #광주시 북구의원 4명 민주당 3개월 당원 자격정지 #통영시의회 방문 대신 한산도 제승당 일대 관광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고점례 광주 북구의회 의장이 지난 10월 8일 의회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고점례 광주 북구의회 의장이 지난 10월 8일 의회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은 지난 7일 북구의회 고점례 의장에게 당원자격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하고 출장에 동행한 운영위원장과 의원 2명에게 각각 당직 자격정지 3개월과 서면 경고를 결정했다. 징계는 해당 의원이 7일 이내에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고 의장 등 북구의회 의원 4명은 지난 9월 26일과 27일 통영으로 출장을 갔다. 이들은 '의회 청사 신축을 앞두고 통영시의회 시설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취지의 출장서를 내고 출장비 107만4000원도 받았다.

통영시의회는 광주 북구의회 의원 방문 일정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구의회 의원들은 통영시의회와 일정이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사를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동피랑과 서피랑, 한산도 제승당 일대를 관광했다.

벤치마킹 장소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의회가 독립건물 신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통영시 집행부와 같은 건물을 쓰는 통영시의회를 찾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광주 북구청 노조는 "공금을 유용해 외유 출장을 간 고점례 북구의회 의장 등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구의회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를 널리 알리고 재발 방지책을 수립하라"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북구의회 의원들은 출장비를 반납하고 사과했다. 고 의장은 "통영시의회를 찾아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절차가 번거로워서 그런 것이었고, 그냥 의회 건물만 살펴보고 오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물의를 일으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사무처와 협의해 출장 관련 조례 개정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북구의회 차원의 징계도 추진된다. 광주 북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오는 19일 의회 정례회에 이들 의원 징계 심사안 상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북구의회 차원에서 가능한 징계는 경고, 공개사과 요구, 출석정지 등이다.
북구의회 최기영 윤리특위원장은 "민주당 징계와 별도로 자체 징계를 하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좀 더 의견을 모은 뒤 윤리특위 회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고점례 의장은 "주민과 약속한 대로 소속 정당의 징계를 받아들이겠다"며 "구의회 자체 징계도 결정되면 수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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