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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상한 여론조사' 野해법 "응답자 찍은 대선 후보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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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 회사의 표본 데이터에 대한 공동조사 및 사전관리 감독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또 여론조사 발표 시 응답자가 지난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지도 공개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7일 황교안 대표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보고했다.

한국당이 여론조사 문제에 이처럼 나선 것은 신뢰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친여 성향의 언론사에 편중된 조사, 동일 이슈에 대한 상반된 결과, 표본집단의 편향성 등 현행 여론조사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이러한 통계가 민심과 정치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더는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당 미디어특위 측은 크게 네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7년 5월 9일부터 2019년 10월 28일까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여론조사 발표를 전수조사했다고 한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 유튜브 캡처]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 유튜브 캡처]

①표본의 편향성=현재 여론조사 회사들이 지난 대선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조사하고도 공개하지 않는 걸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박성중 의원은 “리얼미터의 경우 여론조사를 할 때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 체크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응답자가 많이 포함됐으면 상대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2019년 5월 3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대선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가 64.9%로 나와, 전체 유권자(기권자 포함) 대비 문 대통령의 '득표율' 31.6%(통상 득표율을 41.1%로 기권자를 뺀 비율)을 2배 이상 상회한다.

2019년 5월 3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의 응답자 비율 [자료=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2019년 5월 3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의 응답자 비율 [자료=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②여권 지도부 말 한마디에 출렁?=한국당 측이 가장 의구심을 갖게 된 계기는 5월 둘째 주 있었던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라고 한다. 5월 13일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정당 지지율 결과 민주당 지지율을 38.7%, 한국당은 34.3%를 얻었다. 격차가 4.4%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여권에 긴장감을 가져왔다.
 이튿날 이해찬 대표는 “여러 곳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한군데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했고 나머지는 10~15% 정도 차이가 났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의 발언이 있고 이틀 뒤인 5월 16일 리얼미터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 43.3%, 한국당 30.2%로 발표됐다. 이틀 만에 양당 지지율 차가 13.1%포인트로 벌어지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 대표 말 한마디에 여론조사 결과가 갑자기 출렁거린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개혁을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개혁을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③회사별로 들쭉날쭉?=10월 5주차 리얼미터(10월 28~30일)와 한국갤럽(10월 29~31일)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9.9%와 40%가 나왔다. 바른미래당도 각각 4.4%와 5%로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당의 경우엔 리얼미터(30.4%)와 한국갤럽(23%)의 큰 차이를 보였다.지난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도 논란이 됐다.10월 1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43%)보다 4%포인트가 하락한 39%로 나왔다. 반면, 10월 21일 리얼미터에서 발표에선 전주(41.4%)보다 3.6%포인트 상승한 45%로 나왔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발표한 10월 5주차 정당 지지율 [자료=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발표한 10월 5주차 정당 지지율 [자료=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④특정 언론사 의뢰 많다=박성중 의원은 “리얼미터가 발표한 498건의 여론조사 중 절반이 넘는 279회(56%)가 TBS·CBS·오마이뉴스 등 친여권 언론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며 “친여 성향 언론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여론 왜곡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언론사 성향을 골라가며 일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참작하면 대부분 의뢰가 오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9일부터 2019년 10월 28일까지 여론조사 기관의 정치 관련 여론조사 발표 전수조사 결과 [자료=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2017년 5월 9일부터 2019년 10월 28일까지 여론조사 기관의 정치 관련 여론조사 발표 전수조사 결과 [자료=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한편 한국당과 민주당은 모두 여론조사회사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2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고 여론조사 관련 부정한 시도가 적발돼 등록이 취소된 회사는 5년간 등록을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1년간 등록을 막았다.

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조사원들이 전화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조사원들이 전화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성중 한국당 의원도 선거ㆍ정치 관련 여론조사의 자료 보관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미 보관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해 4월 발의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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