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동맹 기반인 지소미아의 폐기 신속히 철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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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서 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3차 협상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시한(22일 자정)을 앞두고 한반도를 담당하는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한꺼번에 방한했다.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표, 국무부의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와 키스 클라크 경제차관 등이다. 이번 방한은 분담금 증액과 지소미아 폐기 철회를 압박한다는 시각이 있지만, 느슨해진 한·미 동맹의 매듭을 다시 조이려는 노력으로도 보인다. 이들이 동시에 방한해야 할 정도로 한·미 동맹이 우려스러운 상황인 때문이다. 우리로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미가 피로 맺은 동맹이 위험해진 데엔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 크다.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일제강제노역 대응의 협상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북한만 바라보는 정책에다 지나친 반일감정에 휩싸여 지소미아의 가치를 간과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사이의 협정이지만,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공통 기반이다. 그래서 지소미아 종료는 북핵·미사일 방어를 어렵게 만들고, 한국이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결과적으로 배제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안보전략이 한반도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바뀌면서 주한미군 철수·감축설까지 나도는 이유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8월 VOA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동북아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는 (한·미) 동맹의 틀을 훼손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다.

상황이 이럴진대 청와대는 주무부처 의견을 무시하고 지소미아 파기를 지난 8월 결정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에서 국방·외교부 장관은 지소미아 유지 입장이었지만,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은 파기를 주장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주무장관 의견을 무시하고 비전문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래서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 4일 “지소미아가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된다면 유지돼야 한다”며 다시 목소리를 낸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한·미동맹의 혼란을 부추긴 인사를 배제하고,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하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