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 양승동 사장 “사과하겠다”…독도 헬기 유족 면담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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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이 6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방문해 사과하려다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소방헬기 추락 당시 촬영된 동영상 원본을 공개하고 이를 촬영한 엔지니어, 영상을 이용해 추락 기사를 보도한 기자, 양 사장이 함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양승동 KBS 사장이 6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방문해 사과하려다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소방헬기 추락 당시 촬영된 동영상 원본을 공개하고 이를 촬영한 엔지니어, 영상을 이용해 추락 기사를 보도한 기자, 양 사장이 함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양승동 KBS 사장이 6일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의 유족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했지만 사과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양 사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유족들이 있는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에 도착한 뒤 가족대기실로 들어서려고 했지만, 유족들이 요구사항에 응하지 않았다며 양 사장을 가로막았다. 유족들은 동영상 원본을 제공하고 동영상을 촬영한 직원, 이를 보도한 기자 등이 함께 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양 사장을 보고 “여기가 어디라고 와! 무슨 ○○으로 여기에 왔냐!”, “촬영 직원과 보도기자 데리고 왔어? 뭐가 무서워서 사장만 왔냐!”라고 소리쳤다. 또 “영상을 ○○같이 편집해서 내보내고 사과하는 거냐? 원본 영상 가지고 와!”라고 외친 유족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족이 양 사장의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았다. 일부 유족들은 양 사장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내 새끼 살려내라. 어떻게 키운 새끼인데 내 새끼 누가 살릴 수 있었는데…”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우리는 양 사장과의 만남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요구사항을 충족한 성실하고 양심적인 상태에서의 만남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결국 20여분 만에 강서소방서를 빠져나갔다. 양 사장은 서울로 돌아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픈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러 왔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유족이 함께 올 것을 요구한 직원들의 동행 여부에 대해선 “홍보실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는 사고 영상 보유 사실을 숨기고 경찰의 공유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KBS는 사고 사흘째인 지난 2일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사고 헬기의 이착륙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독도경비대 박 모 팀장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해당 기사의 댓글에서 “KBS 영상 관계자들이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사고 이후 수십명의 독도경비대원이 그 헛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치가 떨린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행위를 한 점, 사고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어제 보도과정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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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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