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연금 15억 들여 ‘704조 굴릴 인재’ 20명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가 내년 국민연금 기금 15억원을 투입해 기금 운용 전문인력 20명을 양성한다. 704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본부 전주 이전 뒤 퇴사율 높아져 #전문가 “이대론 인재 키워도 유출”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국민연금기금 운용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국민연금 기금 15억18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이를 통해 내년 연말까지 20명의 기금 운용 전문인력을 길러낸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게 된건 기금운용본부 인재 유출 때문이다.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운용사가 96개(2016년)에서 260개(2019년 6월)로 급증하면서 우수인력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크다. 이에 더해 2017년 2월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서 전북 전주시로 이전하면서 기금운용직의 퇴사율과 결원 규모가 증가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직 충원율은 2014년 98.1%, 2015년 93.2%, 2016년 87.3%, 2017년 87.6%, 2018년 87.4%, 2019년 8월 88.6% 등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투자·대체 투자 등으로 투자 다변화를 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해외사무소 파견 근무인력도 최근 5년 기준 약 30%(39명 중 13명)가 퇴사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구인난을 타개하기 위해 당장 내년에 20명을 뽑아 6~12개월간 집중 교육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통 기금 본부는 시장에서 경력이 4~5년 된 직원들을 뽑았는데 이런 사람을 뽑기 어려워졌다. 내년부터는 2~3년차 직원이나 기금본부 내에서 채권·자산관리 등을 서포트하는 행정직(백오피스)을 교육 시켜 전문인력을 키워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육지책’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는 “지금 이대로면 인재를 키워놓는다 해도 도망갈 수 밖에 없다”며 “고급 인력에게 걸맞는 대접을 해주고 기금본부는 전주에 두되 운용인력만이라도 금융·자산운용사가 밀집한 서울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