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靑, "북 이동식 발사대, 같은 입장"이라지만, 전문가는 "정부 분류 잘못"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청와대가 5일 ‘북한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 관련 보도참고자료’라는 걸 내놨다. 별도 명의 없이다. 청와대는 “북한 ICBM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은 북한 이동식 발사대(TEL)의 ICBM 발사 여부와 관련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의 핵심 당국자가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 때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완전히 폐기 되면 ICBM 발사는 못 한다”라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TEL로 미사일을 옮기고 나서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한 것도 있고,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하기도 했다”며 결이 다른 말을 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별도의 거치대를 설치 않고 이동식 트럭 위에서 미사일을 바로 쏘는 것이 TEL’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의식해 고정식이나 지지대 등을 언급했지만, 결국엔 북한이 2017년 ICBM 발사 때 TEL을 활용했다는 의미다. 정 장관의 발언은 김영환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이 지난달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ICBM은 현재 TEL에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고 한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정 장관의 발언이 나온 그 날, 서훈 국정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 실장의 인식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번졌다. 국회 정보위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국정원 국감 이후 “(서훈 국정원장이) ‘북한이 이동식 ICBM을 싣고 일정한 지점에 발사대 거치를 한 후 ICBM을 발사하는데, 이것도 결국 이동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고자료는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이 TEL로 ICBM을 발사했다’고 발언하지 않았다’로 시작했다. 청와대는 “서 원장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이 아닌 IRBM을 발사한 사례는 있다’고 말했다. IRBM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말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서 원장이 ‘(ICBM을) TEL로 이동시킨 후 빠진 상태에서, 발사 장소에서 받침대를 세워놓고 발사하는 것이다. 김 정보본부장이 얘기한 건 고정 거치대에서 발사하더라도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한 것이지, 서로 배치되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운반만 하거나 또는 세운 것만으로 ‘TEL 발사’를 규정하지 않는다”며 “운반해서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TEL 발사”라고 주장했다. TEL은 ‘Transporter(운반), Erector(직립), Launcher(발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운용하는 체계인데, 북한은 TEL로 운반은 했지만 직립해서 발사하지 않았으니 TEL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직립해서 발사까지는 못 한다고 하지만 이동한 뒤 별도의 발사대를 세워 쏘는 것 자체는 다른 문제로, 대형트럭에 탑재한 상태에서 발사하는 방식만을 TEL로 분류하는 게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북한은 TEL에서 ICBM을 바로 쏠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TEL로 사용할 대형트럭이 부족해 아끼기 위해 미사일을 고정식 발사대로 옮긴 뒤 발사하는 것”이라며 “대형트럭에서 쏘든,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쏘든 모두 TEL 발사”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