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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탓 몸값 오르는 멧돼지 “폐사체 신고 땐 포상금 200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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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멧돼지

멧돼지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멧돼지(사진) 포상금을 올리고 있다.

제주 이어 화순·곡성도 인상 검토 #양돈농가는 돼지고기 값 폭락 울상

4일 전남 담양군에 따르면 마리당 3만원이었던 멧돼지 포획 포상금이 지난달 28일 20만원으로 인상됐다. 마리당 23만원인 사육돼지 가격과 비슷하다. 제주도는 지난 9월 말 멧돼지 폐사체 신고 포상금을 국가 기준 100만원의 두배인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야생 멧돼지는 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옮긴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 화순군도 내년에 멧돼지 포상금을 2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화순군은 지난해 3만원이던 멧돼지 포상금을 올해 초 6만원으로 올린 뒤 지난 9월 30일까지 394마리의 멧돼지가 잡혔다. 지난해 349마리의 멧돼지가 잡혔을 때보다 늘었다. 전남 곡성군도 멧돼지 포상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멧돼지가 관내에서 잡혔다는 것을 인증하는 방법은 지자체별로 다양하다. 담양군은 멧돼지 사체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영어 약자인 ‘ASF’를 적는다. 화순군에서는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해 제출토록 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과는 별개로 전남에서 멧돼지 포상금이 가장 비싼 곳은 신안군이다. 올해 10월부터 1마리당 최대 40만원을 준다. 신안군은 “뱃길밖에 없는 섬은 차량·장비 수송비가 더 들어 멧돼지 사냥꾼들에게 외면받았다”며 “섬도 생각보다 많은 멧돼지가 자라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멧돼지 포상금은 올라가는데 양돈농가는 돼지고기 값이 폭락해 울상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돼지고기 경매가격은 1㎏에 2812원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전에는 1㎏에 4500원 수준이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전에 돼지를 출하하면 1마리당 약 40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23만원 수준이다. 대한한돈협회 박문주 무안지부장은 “소비가 늘지 않으면 값이 내려갈 뿐 아니라 출하일이 미뤄져 돼지가 질병에 걸려 폐사할 확률도 높아진다”며 “정부는 양돈 농가 도산 방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담양=진창일 기자 jin.changil@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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