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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모셔오냐'보다 '누굴 내보내냐'가 중요한 與 총선전략

중앙일보

입력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중앙포토]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중앙포토]

“선거에 진짜 효과가 큰 건 ‘누구를 (밖에서) 모셔오느냐’ 보다 ‘누가 나가느냐’다. 만날 그 나물에 그 밥, 할아버지가 있으면 ‘저 당은 안 된다’고 보는 거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친문 핵심 인사에게 1일 인재영입 전략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때부터 정무·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온 이 인사는 “누가 나가느냐, 그 임팩트에 따라 새로 들어오는 인물도 빛을 발한다. 공천으로 혁신 메시지를 심어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선·중진 의원을 겨냥하는 듯한, ‘물갈이’를 통한 수혈효과 극대화론은 일종의 ‘인재영입 역발상’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 총선 인재영입이 외부에서 참신하고 명망 있는 인사를 당으로 끌어와 유권자들의 쇄신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략으로 통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말이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낙천한 당시 신상우 의원, 김영진 의원, 김윤환 의원, 한승수 의원(왼쪽부터)이 그해 2월 21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낙천자 모임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낙천한 당시 신상우 의원, 김영진 의원, 김윤환 의원, 한승수 의원(왼쪽부터)이 그해 2월 21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낙천자 모임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이 인사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중진들을 집으로 보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공천과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의 ‘김종인(비상대책위원장)표 쇄신’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고도 했다.

16대 총선에서 이 전 총재는 TK(대구·경북) 맹주로 불리던 김윤환, PK(부산·경남) 중진 신상우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을 낙천시키고 오세훈·원희룡 등 신진 인사를 발탁했다. 당시 여당 새천년민주당도 ‘젊은 피’ 수혈에 힘썼다. 현재 여당의 중심축이 돼 있는 이인영·임종석·우상호·송영길 의원 등이 당시 등용된 대학 운동권 출신 젊은 피다. 여야 양쪽 다 수혈이 있었지만 ‘공천 학살’이란 말까지 나왔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내준 뒤 야당으로 치른 첫 총선임에도 원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컷오프 낙천된 뒤 탈당한 이해찬 의원이 그 해 3월 16일 세종시 도담동 선거사무소에서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컷오프 낙천된 뒤 탈당한 이해찬 의원이 그 해 3월 16일 세종시 도담동 선거사무소에서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20대 총선에선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를 컷오프시키고, 유인태·이미경 전 의원 등 중진들도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 대신 새로 들어온 인사가 경찰대 교수 출신 표창원 의원, 세월호 유가족 변호인 경력의 박주민 의원, 삼성그룹 최초 실업계 고교 출신 임원 양향자 민주당 전 최고위원 등이다. 민주당은 당시 여론조사 지표상 새누리당에 열세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을 뒤엎고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민주당 한 친문 의원은 “(국회의원) 할 만큼 하고 더이상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잘 비켜줄 때 새로 온 사람들이 더 힘을 받는다”고 했다. 다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천 룰에 맞춰 하다 보면 도태되는 사람도 있고 신인도 들어올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물갈이하거나 쫓아내는 건 예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인재영입 이벤트는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거라고 한다.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2주 뒤쯤 영입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호 영입’ 식으로 순위를 매기지 않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했다. 인재영입 기준과 관련해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째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 중심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며, 둘째 사회 소수와 약자 대표자를 영입하고 가급적 젊은 세대 영입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 인사는 자원자들이 상당수 있어 대체로 영입 발표 뒷부분에 들어갈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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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1대 총선 대비체제 전환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 전후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1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총선기획단이 지금 구성 중인데 다음 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공약·홍보 분야 이런 쪽으로 실무진을 강화하고 여성 청년들을 많이 참여하게 윤호중 사무총장이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출범 시점이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선거일(4월 13일) 보름가량 앞둔 3월 27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2월 선대위 구성은 ‘조기 선대위 체제 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쇄신 요구를 반영해 분위기를 일신하는 효과도 감안한 결정이라고 한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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