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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넘버2 된 비건···부장관 돼도 "북핵 해결" 의지 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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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한민족의 영구적인 평화와 한반도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외교적 계획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한민족의 영구적인 평화와 한반도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외교적 계획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차기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되면서 북ㆍ미 실무협상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비건 대표가 대북특별대표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면서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라는 두 개의 모자를 쓰게 될 전망이다.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 대북특별대표 유지 희망 #부장관 되면 "힘 실린다" VS "북한 뒤로 밀릴 우려" #상원 청문회 일정 있어, 당분간 北도 관망세 예상

'두 개의 모자', 일장일단(一長一短)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부대변인(오른쪽)이 "내 친구 스티브 비건(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국무부의 새로운 부장관으로 임명됐다"는 트위터를 올렸다. 비건 대표 옆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트위터 캡처]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부대변인(오른쪽)이 "내 친구 스티브 비건(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국무부의 새로운 부장관으로 임명됐다"는 트위터를 올렸다. 비건 대표 옆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트위터 캡처]

직전까지 협상을 주도했던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 타이틀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 그 만큼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의 대외정책은 IS 수뇌부 제거작전, 이란 핵 문제,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등 중동 정세에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한 것은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론 북한 언급이 부쩍 줄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신형 방사포 연속발사 시험을 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 고위 관계자들은 1일까지 별다른 언급 없이 ‘무플’로 일관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도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반대로 비건 대표가 부장관직을 맡게 돼 협상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국무부 부장관은 국무부 장관 부재시 장관대행을 맡는 자리다. 업무 범위도 북핵대표와는 차원이 다르다. 직제상 부장관 아래에는 경제ㆍ정무ㆍ군축 등 6개 파트의 차관을 두고 있다. “물리적으로 협상의 디테일(세세한 내용)까지 이전처럼 챙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정부 주변에서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부바르크 알바그다디 IS 수장을 제거한 공이 있지만 민주당은 아무것도 없다"는 취지의 백악관 트위터. 하반기 미 정부는 중동 정세에 집중해왔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아부바르크 알바그다디 IS 수장을 제거한 공이 있지만 민주당은 아무것도 없다"는 취지의 백악관 트위터. 하반기 미 정부는 중동 정세에 집중해왔다. [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해선 오바마 정부 때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이 이란 핵 협상 대표로 나섰던 전례가 있다.
번스 전 부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1,2기를 관통하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주역이다. 그는 이란과 본격 협상을 하기 전인 2013년 2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인근에서 이란 측 고위급과 비밀리에 회동하기도 했다. 번스 전 부장관처럼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이가 협상을 쥐고 가면, 그만큼 과감한 포석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찰떡 공조’ 이도훈-비건 라인 당분간 유지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올해 5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올해 5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 정부가 대북특별대표를 새로 임명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비건 스스로 북한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신임도 워낙 두터워 '겸임'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말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1963년생 동갑으로 신뢰가 깊고 의기투합하는 사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내 거취와 관련해 루머들이 많은데 나는 북한 문제에 진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과제를 줬고, 나는 완전히 이 중요한 미션에 전념할 것”이라 밝힌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 대사설이 돌던 때였다.

비건 대표가 대북특별대표 직함을 유지하게 되면 한국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연결고리도 유지된다. 두 사람은 이름(퍼스트 네임)을 부를 정도로 신뢰관계가 두텁다. 현재 한·미 간에 얼마 남지않은 긴밀한 파이프라인이다. 당초 이 본부장이 내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비확산 회의에서 비건 대표와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비건 대표의 상원 인사청문회 준비 일정으로 회동은 불투명해졌다.

북한 관망세 길어지나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험사격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험사격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북한의 신형 방사포 시험발사에 이어 비건 대표의 인사까지 이어지면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일정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이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실무협상 결렬 이후 "2주 내에 재개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협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측에서 답변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신종무기를 실험한 후 대화에 복귀하는 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에 11월 실무협상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건 대표가 (부장관 지명으로) 김명길 대사와는 급이 맞지 않게됐기 때문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게 직접 협상에 임하라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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