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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한국|뒤진 분야 앞세워"??조일치"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정치·사회 정치는 아직 후진 질서도 수준미달>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세계에서 25개국에 불과하고 우리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88년 기준 1백8만4천대로 세계 10위에 올랐지만 자동차 보급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우리는 국민 21명에 1대 꼴로 자동차를 갖고, 있었으나 일본은 86년에 이미 2·5명에 1대 골로 자동차가 보급됐었다.
세계 10위에 오른 자동차 생산국의 자동차 사고사망률이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는 극단적인 대비는 사회분야에서의 우리의 질서의식, 합리적인 시스팀의 완비 여부 등이 부끄러울 정도로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단적인 보기다.
마찬가지로 도시화율(전국민중 인구 2만 명 이상의 시·군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이 87년 76·3%로 선진국 수준인 80%대에 육박할 만큼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보급률·하수도보급률 등 도시화에 필수적인 지표들이 크게 뒤처져 있는 불균형이 심각한 갈등과 불만을 빚어내고 있다.
인구 10만명 당 대학생수가 86국의 5천1백67명보다는 못하지만 일본의 1천9백7명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의 GNP 대비 교육분야 투자가 3·7%(86년)로 말레이시아(85년 6·6%)나 케냐(85년 6·7%)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함께 놓고 보면 별로 내세울 일이 못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대학을 나와야만 버젓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바람직하지못한 사회체제가 빚어놓은 불균평이기 때문이다.
문화지표들은 더욱 열악하다.
1인당 종이소비량은 88년 81·7kg으로 세계 26위에 올라 있지만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수(87년 0·13권), 1천명 당 극장 좌석수(88년 5·63석) ,가계소비 중 교양 오락비 지출비중(88변 3·8%)등은 유네스코의 통계연감을 뒤져보면 세계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중하위권이다.
지수화나 국제비교가 불가능해 그렇지 연극 등 무대예술을 위한 공연장시설이나 1인당 독서량, 문화분야에 대한 공공·민간의 자금지원 등을 따져보면 아직도 우리는 문화후진국이라는 것이 많은 문화분야 종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과학·기술분야도 아직 발전의 여백이 많이 남아있다.
이 또한 지수화나 국제 비교에 어려움이 많지만 과학기술처나 과학기술 연구원 전문가들의「평점」을 종합해보면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을 약간 넘었거나 중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도다.
정치분야의 국제비교는 가장지수화가 곤란한 영역이다.
정치학 자체가 과학의 한 분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주관적인 판단의 기준이 대부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관료제의 확립여부, 실질적인 복수정당제의 정착, 지역·이념·계층간의 갈등으로 나타나는 정치적 통합의 정도 등 몇 가지 가늠자를 놓고 정치학자·국회의원·직업관료 등 2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거의 모두가 형편없는 점수를 매겼다. ,

<앞으로는 들쭉날쭉 위상도 고른 발전 이뤄야>
조사방법·조사대상 등에 따라 정치분야의 각 가늠자들이 최상·중상·중하·최 하위권 중 어느 권역에 위치하는가는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정치분야가 대체로 낙후되어 한국의 위상지도를 일그러뜨리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들쭉날쭉 일그러진 한국의 위상도를 원형에 가깝도록 만들어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진 분야들을 균형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일이야말로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일 것이다.
그같은 노력과 과정이 없이는 이제 더 이상의 성장과 발전 자체가 힘든 한계상황에 와있다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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