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박 겉 핥기" 원전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1일 경과위의 영광 원전감사는 주마간산격의 체면치레 감사로 끝나고 말았다.
영광원전이 문제된 것은 이곳 작업인부 부인들이 무뇌아·기형아를 출산한 사실이 잇따라 보도됐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주의 실천의사 협의회에서 인근 주민 일부를 조사, 백혈구 수 이상 등을 밝혀냈다고 주장함으로써 원전의안전성 논쟁을 증폭시켰었다. 따라서 이번 감사에선 2003년까지 55기나 건설한다는 원전의 안전성문제와 이곳의 이상사례에 대한 집중추궁으로 어느 정도 규명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기대돼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실제 감사에선 예정에 없이 무뇌아·기형아 출산인부를 갑자기 증인으로 채택, 이미 신문에 보도된 주장을 부분적으로 확인했을 뿐 원전관리의 안전성문제, 방사능 피폭과 기형아출산의 관련성은 질문조차 해보지 못했다.
도를 옮겨다니며 하루에 2개 기관씩 감사하는 일정에 쫓겨 사실확인조차 미흡한 인부들의 증언만 듣고는 황급히 영광을 떠나 다음 숙박지인 대전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이날 증언에서 무뇌아 출산인부 김익성씨는 방사능 관리구역에서 작업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 기형아 출산 김동필씨는 자신의 방사능 피폭량 크기에 대해 원전 측과 상반된 주장을 폈고 원전 측의 기록을 의심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초보적인 질문을 펴거나 증인채택 방식을 둘러싼 논쟁과 정회 등으로 그나마 부족한 감사시간만 허비했을 뿐이다.
의원들이 말끝마다『온 국민의 관심이 걸린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것이 진심이라면 처음부터 감사일정을 2시간만으로 잡은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