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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일대 시장 22%는 불 나도 스프링클러 사각지대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뒤편. 지난달 화재 당시 소방당국은 ’상가 창문이 금속 패널로 막혀 있는 사실상의 ‘무창층 구조’가 진화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준 기자

서울 중구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뒤편. 지난달 화재 당시 소방당국은 ’상가 창문이 금속 패널로 막혀 있는 사실상의 ‘무창층 구조’가 진화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준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은 23시간 동안 불탔다. 3층에서 시작한 불은 층 전체를 태운 뒤에야 꺼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상가 1~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1979년 지상 3개 층으로 문을 연 제일평화시장은 2014년 4개 층을 증축할 때 새로 지은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화재 한 달…위기의 동대문

동대문 일대의 다른 상가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는 최근 소방청에 서울 중구 동대문 상가 11곳 105개층(옥상층 제외)의 소방시설(소화·경보·피난·소화활동설비 등) 설치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동대문 상가 5개 층 중 1개 층 꼴로(21.9%)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평화시장 화재에서 불이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 방화 셔터 설치율은 29.5%다.

23일 오후 찾아간 동대문 상가 내부 모습. 이병준 기자

23일 오후 찾아간 동대문 상가 내부 모습. 이병준 기자

이들 상가는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 혹은 판매시설로 분류된다. 4층 이상 혹은 지하층이거나 무창층(無窓層, 문·창 면적이 바닥 면적의 1/30 이하)이고, 바닥 면적이 1000m²를 넘는 곳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근린생활시설로 면적이 1000m²를 넘는 모든 층은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대문 상가 대부분이 문을 연 1960~1980년대에 이들 상가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이후 소방시설법이 수차례 개정됐지만, 이미 만들어진 근린생활시설과 판매시설은 적용되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이 같은 건물들은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의무가 없을 당시 지어진 건물이어서, 추가로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려 해도 건물 구조상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 상가의 구조도 구청과 소방 당국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제일평화시장 화재 진압 현장에서 소방 당국은 “상가 창문이 금속 패널로 막혀 있는 사실상의 무창층 구조가 진화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불이 나면 산소가 부족해 불꽃 없이 타들어 가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문을 열거나 창문을 깨면 공기가 단숨에 유입돼 불씨가 커지거나 순간적인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23일 오후 찾아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동대문 상가. 이병준 기자

23일 오후 찾아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동대문 상가. 이병준 기자

해당 상가 내부. 층계참 외에 다른 곳에서 창문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병준 기자

해당 상가 내부. 층계참 외에 다른 곳에서 창문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병준 기자

이 같은 무창층 구조는 동대문 상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상가 바깥에서 보이는 수십 개의 창문을 건물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거나,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벽이 세워진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무창층 운영을 단속하거나 제재할 별다른 방도는 없는 상태다. 중구청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어느 상가가 무창층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재수 제일평화시장 상우회 회장은 “여기 다 장사만 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불이 날 줄 알았겠으며, 화재 안전을 생각했겠냐”며 “안전진단이 끝난 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무창층 구조 등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의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뒤에만 상가로 복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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